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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Apr 09. 2019

<4월 이야기> 그쯤이 딱인 추억

[영화]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4월,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봄, 꽃 그리고 <4월 이야기>.

  벚꽃이 피는 4월에 <4월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 8월에 정원과 다림의 미소, 그리고 초원사진관을 떠올리는 것만큼 뻔한 일일 수도 있지만, 길가에 활짝 핀 벚꽃과 파란 하늘을 보면 어쩔 수가 없다.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출처 : 다음


  우즈키가 야마자키 선배를 고등학교 때부터 마음속에 품어 온 모습을 보면, 활짝 핀 벚꽃을 보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설렌다. 특히 오프닝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따로 벚꽃 구경을 가지 않는 나에게는 꿩 대신 닭처럼, 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또한 멀리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대학을 온 새내기 우즈키의 캠퍼스 생활은 스무 살의 봄날을 기억나게 한다.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출처 : 다음


  <4월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엔딩이다. 드디어 야마자키 선배가 우즈키를 알아보는 순간, 우즈키가 품어온 마음은 그것으로 됐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벚꽃이 져서 땅에 떨어진 다음 어떻게 되는지 추억하지 않는 것처럼, 딱 거기까지면 나중에 아름다운 스무 살의 풋풋한 사랑을 추억하기에 딱 좋다. 우즈키와 야마자키가 서로 사랑하게 되던, 보통의 선후배 사이로 남던, 끈끈한 친구가 되던, 그건 봄날 우즈키의 풋풋한 사랑과는 별개의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출처 : 다음


  나에게도 4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4월 이야기>에서 우즈키에게 야마자키 선배만큼 애틋한 것도, 말을 걸거나 고백을 하진 않았지만 싱그러웠던 스무 살 봄날 캠퍼스에서 가끔 지나가다 우연히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던 사람이다. 나는 일부러 없던 일도 만들어 그 사람 앞에 서성였다. 그때만 해도 내성적인 탓에 말을 걸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언젠가 그 사람이 나를 보고 뭔가 아는 듯이 웃었을 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그때의 풋풋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언제나 딱 거기까지라 참 좋다.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연출 이와이 슌지

출연 마츠 다카코, 타나베 세이이치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출처 : 다음


나의 사랑은 지금부터 입니다.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도쿄 근교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을 결심한 우즈키는 훗카이도에 있는 가족과 작별인사를 마친 뒤 도쿄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무사시노라는 한적한 동네에 거처를 정한 후 그녀는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생활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고 작은 모험과 경험들을 하게 하고 동시에 시련을 겪게 한다. 비현실적인 낚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웃집 여자와 이상한 만남을 갖는 등 생소한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우즈키는 동네에 있는 서점에 자주 들리게 되는데.. 마침내 동네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 그녀가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 점차 밝혀진다.

과연 우즈키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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