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밥은?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 아니고, 그저 참 따뜻한 공감의 말

by 수페세

몸은? 우리 할매의 첫 마디. 항상 그랬다.


할매는 생의 마지막 몇년을 요양병원에서 보내셨는데, 갈 때마다 힘 없는 목소리로 물으셨다.


몸은...?


물론 그 뒷말은 "개안나"였을 테다.

누워 꼼짝 못하시는 양반이 기력 펄펄한 손자 몸을 걱정하셨다.

물론 건강하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확인하는 뜻은 아니다.


겨우 하는 말.

그 말 안에 다 들어 있다. 애틋한 마음. 다 괜찮은 거냐고.


그럼 난 뽀빠이처럼 알통을 보여줬다. 거러엄.

다음에 이어지는 말도 으레 똑같다.


밥은?


아, 왜 맨날 밥 얘기야.

하지만 끼니 때와 상관 없는 말. 몰라서,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대학시절까지 할매는 도시로 공부하러 나간 손자를 따라다니셨다.

밥을 해주러.

그래서 나는 할매 손맛에 길들여졌다. 어릴 때도 어른 입맛.

할매는 정갈하고 솜씨가 좋으셨다.

새하얀 무로 담근 물김치.

인삼닭죽. 가죽무침, 고추부각... 같은 음식.

지금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다.


당신은 가만 누워 몸 건사도 못하면서 오랜만에 온 손자에게 겨우 하는 말.


밥은...?

예. 먹고 왔어요. 안 먹었어도 예. 먹고 왔어요. 이건 다 괜찮다는 말씀.


몸은...? 밥은...?


그저 먹고 살고 제 몸 살뜰히 챙기는 게 이기적 같지만. 요즘은 그런 말이 너무 그리워.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다. 참 따뜻한 그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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