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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Jan 16. 2024

내가 함께 하고싶은 카페

역지사지의 필요성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바로 내일이 새로운 카페에서의 첫 근무날이다.


첫 근무를 앞두고 잠시 지방에 내려가 전 직장 사장님과 점심 한 끼를 했다.

식사 중 자연스럽게 카페 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급여가 최저시급이라 수습기간이 끝나고 오르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불만이 생길 것 같아요"

나는 속에 있는 고민을 털어놨다. 서울에 올라온 만큼 좋은 카페를 찾아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달간 여러곳에 지원서를 제출한 끝에 합격한 한 곳은 내가 원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않아 급여적으로 불만이 생겼다. 그 불만의 시작점은 단편적으로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하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이 문제였다. 

식비가 따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최저시급에 주말에도 출근하다니.. 이런저런 것들이 합당하지 않아보인다.

그때서야 전 직장의 사장님 말씀이 떠올랐다. 


'아마 여기서 일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일하기 힘들거야'

별로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는 유연한 사고와 배우려는 자세가 내제되어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지금에 와서보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근무 조건 하나하나가 다 거슬리고 부당해보인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털어놓고 조언받기위해 찾아갔던 것이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봐. 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카페쪽에서도 너에게 더 바라는 것이 있을 것이고 부족해보이는 부분이 있을거야"




역지사지로 뒤집어 생각했다.

과연 카페쪽에서 바라보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굳이 법적으로 정해진 기본급 이상을 써가며 이 사람을 채용할 이유, 식비를 꼬박주며 채용할 이유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경력 1년이 있다는 것 뿐.


참 자만했다. 처음 어느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하다보니 그게 대단한건 줄 알았다. 

전에도 이런 생각을 똑같이 했긴 했지만 내 머리가 그리 똑똑하진 않아서인지 금새 까먹었다.

'그냥 기본만 해주는 것에 감사하며 다니자'


다시 이 생각을 되새기며 내일 근무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내가 혹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생각보다 좁은 이 커피업계에서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나는 지금 내 가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키울 시기였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 이 시기에 무언가를 받으려고만 하는 태도는 시기상조고 나를 망치는 길일 것이다.


서울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이 배우고 싶다. 고생하고 싶다. 

지금 해보지 10년뒤에 해보겠는가. 


노력과 끈기로부터 오는 불행의 깊이는 행복으로 채워질 그릇의 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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