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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Apr 27. 2024

의도하지 않은 것들

좋은 게 좋은 거야

카페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업무에 투입되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이런 책임감에 열정이 타오르면서 조금 무리해서 일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맡게 된 업무 중 요즘 집중하고 있는 것은 '레시피 설계'이다.

새로운 원두의 브루잉 레시피를 잡아보는 것인데 나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내가 처음 만난 어떤 원두를 공부하고 실습해 보면서 탐구하는 과정.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최종적인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과정을 과연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레시피 설계 업무는 나를 흥분시켰고 불타오르는 그때쯤 팀원 한 명이 이런 말을 

흘러가듯 나에게 던졌다.


"다른 지점에서도 다른 팀원들과 진행해 볼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곳장 다른 지점의 매니저에게 DM을 보냈다. 




자주 보기 힘든 다른 팀원들과의 교류, 다양한 팀원들과의 테이스팅, 나의 열정 표출 등..

다른 지점에서 레시피 설계를 같이 진행해 본다는 것이 나에게는 이런 의미였다.


지금 생각해도 나쁠 거 하나 없이 너무 훌륭하고 기특한 일이다.

실제로 너무 좋은 경험을 하고 왔고 그 팀원들이 되려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일하는 지점의 팀원들로부터 자라고 있었다.

우연한 회식자리에서 이 이야기가 거론된 것이다.


팀장의 입장에서 팀원이 다른 매장에 가서 배워온다는 것.

그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자책이 든 것이다.

또한 지금 매장에서 충분히 연습을 하고 다른 매장에 갔다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다른 매장에 간 나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비판한 것은 아니다.

단지, 너무 자신의 앞만 바라본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인 것이다. 


사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일리가 있었다.

내가 다른 매장에 감으로써 생기는 다른 팀원들의 무언의 압박(?)..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무조건 좋아 보이는 것이기에 급히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주변 나의 팀원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것들이 있어도 모두 순서가 있는 듯하다.


다른 매장에 가기에 앞서 지금 내 매장에서 더 열심히 하고 

레시피 설계를 다른 팀원들에게도 독려하는 모습이 선행되었다면 내가

다른 매장에 가서까지 연습하는 모습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일이 있었을까.


앞으로 당장은 내 앞길을 위한 행동보다는 팀으로써 움직이고 성장하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무언가 노력했고 그 결과가 좋지 않은 피드백으로 돌아왔다.

어찌 보면 상실감이 클 수 있지만 그리 상실감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쉽게 얻을 수 없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랄까.. 좋은 게 좋은 걸까


정말 어렵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좋지 않은 점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본다는 것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지 않은 점이 있다고 포기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한다. 실수하고 받아들이고 보완해 가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시선을 느끼고 받아들임으로써 조금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더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벌써, 서울에 상경한 지 8개월이 되었다.

처음과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가 몸소 하고 있는 것들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슬픈 것은 내가 좋아했고 하고 싶었던 것들이 조금은 철이 없었나 싶게 느껴진다는 것.

현실적으로 어렵운 것인가 싶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많이 기쁜 것은 해야 할 일들이 생겼고 바빠졌다는 것. 나와 같은 방향을 가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지금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대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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