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한 흔한 오해 5가지

by 수필버거

독서 모임 '대책회의'(네이버 밴드/네이버 카페)를 3년 넘게 운영하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독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 작가의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에서 빌려왔습니다)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취미라는 단어는 즐거움, 재미 같은 감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독서는, 책은, 그렇게 대접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독서가 골프보다 재밌으면 안 될 일인가. 독서가 나이트클럽 가는 것처럼 신나면 나쁜 마음일까.


독서 밴드 운영자로서 이런 생각, 그러니까 독서에 대한 일종의 '오해'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사람들의 그런 오해는 대략 다섯 개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독서가 드레스 차려입고 가야 하는 파티장이 아니라 츄리닝에 슬리퍼 질질 끌고 가도 되는 동네 슈퍼처럼 조금 더 친근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다.


1. 독서는 진지해야 한다는 오해.

독서란 말을 들으면 연관 검색어처럼 딸려 나오는 단어들이 있다. 사유, 지식, 통찰, 성장, 모두 묵직하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공부와 같은 카테고리에 넣는다. 독서는 진지해야 하고, 의미가 있어야 하며, 뭔가 남겨서 성장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화, 드라마에는 그런 조건을 붙이지 않는다. 재미 하나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독서만 유독 '의미'를 증명해야 한다면,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숙제'가 된다.

오직 재미만으로 무협지와 만화를 보던 어린 시절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


2. 고전만 책이라는 오해.

누가 그랬다. 가장 오래 검증된 책이 고전이라고. 읽어야 할 책은 많은데, 고전은 선택 실패 확률이 가장 작다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내 눈을 잡아끄는 제목 하나에 낚이는 책도 책이요, 지금 내 질문에 반응하는 책도 책이다. 낄낄 웃으며 시름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만화책도 훌륭히 제 몫을 하는 책이라고 믿는다.

독서는 시험이 아니다.

참고 읽어야 성장이란 열매가 손에 쥐어지는 고진감래의 영역도 아니다.


3. 정독, 완독만이 제대로 된 독서란 오해.

중간에 책을 덮으면 괜한 죄책감이 든다. 포기하는 찜찜한 기분이 된다. 꼭 고전이나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에만 그런 느낌을 갖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재미없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않는다. 중도에 끊는 걸 자랑할 때도 있다. 무슨 감별사처럼.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책은 읽다 말면 왜 '죄책감'씩이나 느낄까. 책이라고 다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끝까지 참고 읽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건 내게 맞는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일이다.


4. 다독에 대한 오해.

한 달에 몇십 권을 읽었다, 일 년에 천 권을 읽었다는 글을 자주 본다. 어떤 때는 계산기를 두드려 보기도 한다. 하루에 한 권은 양반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게 된다고? 싶지만 자기가 읽었다는데 내가 뭐라고 토를 달겠는가. 실제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우리 회원 중에 책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런 건 자연스레 노출되는 것이다. 책에 관한 내용이 올라왔을 때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의 댓글은 누가 봐도 분명히 차이가 난다. 모임에서 대화를 해도 독서가 생활인 사람들은 표가 나게 돼있다. 그렇게 자연스레 '들키는' 것이 진정한 다독가의 면모라고 생각한다.

읽다 보면 쌓인다. 억지로 애쓸 필요 없다.

독서는 소비가 아니라 관계에 가깝다.

자주, 오래, 곁에 머무는 게 중요하다.


5. 독서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오해.

성장이 독서의 목표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면 더 나아질 확률도 높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암만 청소년기라 해도 하루아침에 몇 센티씩 자라지는 않는다. 축적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독서를 잠시 쉬거나, 외로움을 덜거나, 즐거움을 늘리는 좋은 방편 중 하나로 생가해보기. 어쩌면 그 역할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4년 차 독서 모임 운영자로서의 개인적 의견이다.

충분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다섯 가지 오해와 마찬가지로 이 글은 누구의 견해를 바꾸려는 목적은 없다.

다만, 독서가 조금은 더 만만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