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목록만 뒤적이다 실패한 당신, 필독
가끔, 대화창으로 책을 읽고 싶어 모임에 가입했는데 뭐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독서 모임 공지에 올라오는 책들은 다 어려워 보인단다.
차마, 참고 한번 읽어보시죠, 소리는 못한다.
그게 얼마나 고역이며,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서다.
뭐부터 읽을까, 어떤 책이 나하고 맞을까, 도대체 어떻게 찾을까. 책 잘 고르는 법은 무엇일까.
입문자들이 책을 찾는 경로는 여럿이지만, 두 가지 정도가 흔하다.
첫째.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독서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베스트셀러 목록이다.
생각해 보자. 천만 영화가 인생 영화가 된 적이 있는가.
천만, 이천만 명이 본 영화는 대중의 평균 입맛을 충족시킨 맛이다.
당신의 취향은 개인적이다.
갈증 해소는 될지 모르나 만족은 어렵다.
베스트셀러는 양서(良書)의 보증수표가 아니라 한 시기의 영수증이다.
기획 적중이거나 시운일 확률이 높다.
목록을 자주 보면 시사와 트렌드에 밝은 사람은 될 수 있다.
둘째.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명사와 셀럽이 인생 책이라고 들이미는 책은 대개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 많다.
그게 안전하니까.
노벨 문학상, 부커 상, 아쿠다카와 상 수상작 또는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들.
물론 큰 상을 받거나, 오래 살아남은 책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막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이 지리산 종주부터 할 수는 없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책 읽기도 근력이 필요하다.
큰맘 먹고 서점을 가도 초대받지 못한 파티장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뻘쭘하게 서 있는 그런 기분. 베셀 코너에서 서성, 실용서 몇 권 만져보다가 만만한 문구 코너에서 예쁜 볼펜 하나, 수첩 하나 사서 나오는.
4년 차 독서 모임 운영자가 드리는 팁은 다음과 같다.
1. 간판과 메뉴
제목 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글 한 개만 써봐도 안다. 하물며 책을 낼 때는 오죽할까. 저자와 편집장이 머리 싸매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뽑는 게 제목이다. 일단 제목을 믿자. 끌린다면 잠시 시간 들여 훑어볼 가치는 있다. 제목 다음에는 목차를 본다. 목차는 책의 설계도다. 끌리는 목차가 1개만 있어도 발췌독이라도 할만한 책일 수 있다.
2. 시식 코너
서문은 탈고 후에 쓰는 작가가 많다. 책 한 권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벅찬 과업을 마친 벅찬 마음으로 쓴 글이니 대충이라도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작가의 문장맛을 시식할 기회이기도 하다. 아무리 고급 재료를 사용해도 맛이 없으면 먹기 어렵듯 전달하는 내용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문장이 나쁘면 읽기 어렵다.
3. 세프 만나기
책은 읽기 어려워도 잡지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예스 24 사이트 '채널 예스'는 도서 정보지 성격의 웹진이다. 작가는 책의 맛과 영양을 책임지는 셰프와 같다. 식당 가기 전에 주방장부터 검색하는 일이 추세가 된 시류다. 작가부터 만나는 것도 책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작가 인터뷰, 작가의 서재 소개, 칼럼 등이 있다.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작가 이름 검색으로 책을 찾자. 실패 확률이 많이 낮아진다.
4. 모둠 도시락
엔솔로지 에세이집, 단편집은 여러 작가의 글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 잠자는 내 미각을 깨울 요리 하나만 만나도 책값은 아깝지 않다. 발견한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몇 장이라도 읽으며 합을 맞춰 보자. 약간의 노력이 들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5. 흑백요리사
한겨레 문학상, 젊은 작가상, 이상 문학상 등 현시대가 주목하는 작가들의 피땀이 담긴 수상작품집을 읽는 것도 추천한다. 심사위원들이 몇 달을 고심하여 선정한 작가들의 글이다. 나와 결이 맞다 안 맞다는 있어도 글이 나쁘다는 느낌은 드물다.
독서는 밥 먹기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컵라면으로 간편하게 한 끼 때울 때도 있고, 가끔 격식 갖춰 제대로 먹고 싶을 때도 있다.
미슐랭 파이브 스타 레스토랑도 좋지만, 동네 백반집이 인생 맛집이 되기도 한다.
단, 굶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