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회원들이 말하는 혼독의 단점 3가지
책 읽는 그림은 주로 혼자 앉아 읽는 장면이다. 맞다. 책은 혼자 읽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다. 가끔 뭔가 아쉽고 때론 이게 아닌데 할 때도 있었지만, 다들 그렇게 읽을 거라 생각했다. 그 믿음은 '상식'처럼 공고했다.
독서 모임을 열면서 조금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폐해라면 어폐가 있겠지만 혼독의 단점 또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함정 같은 것도 있구나, 알게 됐다. 독서 입문자는 물론, 책 읽은 세월이 길고 독서 내공이 깊은 사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1. 편식
타의로 버리고, 자의로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다. 모아봐야 안보더라 이젠 안 사야지, 작심하고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도서관을 적극 활용했다. 그랬는데도 또 책이 쌓였다. 한 권, 두 권 야금야금 사서 공장 안 내 좁은 사무실 한편에 책등으로 꽂아뒀던 책이 이백 권 가까이 됐다. 작년에 오륙십 권 뭉텅 덜어내 대책회의 '당근대책(대책회의 중고책 당근마켓) '에 내놨는데, 이번에 이사하며 북카페로 옮긴 책이 또 백오십 권가량이다. 포스기에 책 등록 하며 보니 내 취향이 선명하다. 역사책과 물리학 책이 양 축이고 죽기 전에 소설이란 걸 써보겠다고 보기 시작해서 재미 붙인 한국 소설책이 그다음이다. 그리고 대책회의 독서 클럽 책들이 있다. 이 리스트는 뚜렷한 선이 없다. 나쁘게 말하면 중구난방이요 좋게 보면 다양성이다. 내가 참석하고, 진행한 모임의 책들은 다 완독 했다. 편식은 어느 정도 고쳤다. 완치일리는 없겠지만 균형 잡힌 식단으로 조금은 건강해진 것 같다.
2. 편향
예전에 유튜브에서 손금 쇼츠를 몇 개 본 적이 있다. 나중에는 대한민국 온갖 역술인 썸네일은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알고리즘에 갇혀 버리게 되더라. 책도 알고리즘처럼 작동하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 애란의 책 한 권에 반해서 김작가의 모든 책을 다 샀다.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책도 샀다. 에세이에서 친하다고 하는 작가도 검색해서 찾아 읽었다. 취향 따라가도 마찬가지다. 삼국지를 보고 나니 로마인 이야기가 달리 보이고, 대망이 끌리고, 그런 식이었다. 넓고 멀리 보고자 책을 읽지만, 고개가 한 방향으로 고정되기도 쉬운 게 함정이다.
3. 중단
볼수록 진국이란 말이 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종종 있다. 초두효과(初頭效果, Primacy Effect)는 첫인상이 뒤따라오는 정보를 지배한다는 심리학 용어다. 그만큼 첫인상은 힘이 세다.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 3~7초가 걸리고, 이 짧은 순간에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이 만난다. 볼수록, 알수록 호감도가 올라가는 사람.
혼자 읽을 때는 첫 문장, 첫 단락, 첫 페이지에서 이건 나하고 안 맞아 판단하고 던져버리는 책도 많았다. 그랬을 책을 독서 모임 선정도서로 만나면 어떻게든 읽게 되고, 안 봤으면 어쩔 뻔했나 가슴 쓸어내리기도 한다. 모임 덕에 혼독이었으면 영원히 인연 없었을 보석 같은 책도 꽤나 만났다.
혼독이 문제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뭐라도 읽는 것이 안 읽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고 생각한다.
젊을 때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지어낸 말이 있다.
'지구를 넓게 쓰다 죽고 싶다.'
책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