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잘 안되는데 대학원이나 갈까? #4

대학원 나오면 취업이 진짜 더 잘 될까?

by Ohgooni


EP.03에서 동기를 들여다봤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그래서 대학원 나오면 실제로 취업이 더 잘 되는 거야?"


동기가 도피든 아니든,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2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그 투자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고 싶은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결론을 원한 건 아니겠지만) 이 질문에 "더 잘된다." 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로 바로 답변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무에 따라, 어떤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했는가에 따라 그리고 취업 시장 상황에 따라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 변수들을 제대로 읽으려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내가 원하는 직무.


생각하고 있는 직무가 없으면 학위가 취업에 유리할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직무에 따라 학위가 없으면 지원조차 못 하는 직무가 있고, 학위소지 여부에 따라갈 수 있는 길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석사냐 박사냐에 따라서도 어떤 분야, 어떤 직무의 취업에서 유리할 수도 또는 불리할 수도 있다.


같은 학위 필요 직무라도 석사학위를 요구하는 곳과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곳이 다르다.




석사면 취업이 더 잘 될까?


직무에 따라 다르다.



원하는 직무가 석사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라면 답은 명확하다.


유리하다.


학사로는 지원 자체가 막혀 있거나 현실적으로 경쟁이 안 되는 직무들이 있다.


이런 곳을 목표로 했다면 석사 학위는 취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학사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직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직무에서는 석사 학위가 있다고 무조건 유리한 게 아니다.


석사와 학사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직무의 경우, 연구 주제가 해당 직무와 크게 관련이 없다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 석사를 채용하면 경력을 인정해서 더 높은 처우를 해줘야 하는데, 직무 연관성이 없다면 굳이 그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사는 채용담당자들의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직무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폭넓은 직무에 지원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석사는 연구한 분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오히려 지원할 수 있는 직무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직무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어차피 연구 주제와 지원 직무는 100% 일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연구를 수행하면서 배운 것들, 그동안 쌓아온 역량들을 지원 직무와 잘 연결해서 어필하면 된다.


얼마나 직무와 잘 연결해서 어필하는가에 따라 직무가 조금 다르더라도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은 특정 분야의 기본기를 쌓은 시간이지, 아직 한 분야를 깊게 팠다고 할 수는 없기에 직무 변경에 대한 유연성이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당연히 직무가 완전히 다르면 회사가 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은 석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사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얘기다.


결국 석사가 취업에 유리한지 아닌지는 "어떤 직무를 원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질문에 답이 없는 상태로 진학하면 2년 뒤 같은 막막함이 돌아올 수 있다.




박사면 취업이 더 잘 될까?


박사는 취업이 더 잘 되냐 안 되냐의 문제라기보다, 갈 수 있는 곳이 더 늘어난다고 보는 게 맞다.


기관에 따라 또는 직무에 따라 처음부터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곳들이 있다.


석사와 박사를 같이 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박사 학위 소지자만 채용해서 연구를 수행하게 하는 곳들 말이다


대기업 핵심 연구개발 부서나 정부출연연구소 같은 조직들이 그런 곳이다.


교수직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런 곳을 목표로 한다면 박사 학위는 선택이 아니라 입장권과 같은 필수 조건이다.


물론 여기서 입장권은 취업 합격 보장이 아니라, 지원 자격 같은 필수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다만 석사와 비슷하게, 아니 훨씬 심하게 직무 연관성이 깊어지기 때문에 직무가 다르면 취업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박사는 해당 분야를 연구한 기간이 길고 인건비도 높다.


석사와 달리 이미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든 시간이 쌓였기 때문에 직무를 전환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6년 차 이상 경력직이 전혀 다른 직무로 이직하기 쉽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 학위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취업하기 어렵지 않은 직무인지, 아니면 박사가 오히려 불리한 직무인지 미리 확인해 보고 진학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직무가 맞는다면 학사나 석사보다 훨씬 깊은 직무역량을 쌓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취업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한 번의 선택이 먼 미래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후 에피소드들을 충분히 보고 신중하게 선택하길 바란다.




학교, 지도교수, 연구실에 따라 취업 결과가 달라진다


석사든 박사든, 같은 학위를 기준으로 어느 학교에서 어느 지도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를 했느냐에 따라 취업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물론 학교 이름이 전부는 아니지만 높은 레벨의 학교는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수님 연구실 졸업생들이 어떤 분야, 어떤 회사로 갔는지를 보면 이런 것들을 확실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졸업생들이 좋은 곳으로 꾸준히 나가는 연구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연구실이 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안에서도 연구실에 따라 졸업 후 경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박사라면 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오랜 시간을 같은 교수님 밑에서 보내는 만큼, 연구실 선택이 취업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진다.


연구실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지도교수님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는 이후 에피소드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테니 그때 참고하면 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대학원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원하는 직무가 있고, 그 직무에 학위가 필요하고, 제대로 된 연구실에서 제대로 된 연구를 했다면 그 답은 "된다"에 가깝다.


그렇지 않다면, 학위가 있어도 취업 경쟁력이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질문의 답은 대학원이 아니라 본인이 갖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 직무에 학위가 필요한지, 어떤 연구실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사람에게 대학원은 확실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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