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잘 안되는데 대학원이나 갈까? #3

취업이 안 돼서 대학원을 떠올리는 건 아닐까?

by Ohgooni

EP.02 체크리스트를 해봤다면 내가 대학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됐을 것이다.


체크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상관없이 그 결과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체크를 하면서 그렇게 선택하게 된 이유들이 더 중요하다.


그 선택 하나하나에 영향을 준 것들이 무엇인지,


혹시 지금의 어려운 취업 경기가 나도 모르게 그 선택에 영향을 준 건 아닌지,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더라도 그게 정말 연구에 열정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려운 취업 경기와 마주하기 싫어서 나조차 나를 속이고 있는 건지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취업 경기가 내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


대학원을 고민하는 공대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취업이 두려워서 대학원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걸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뿐이지, 마음속 한 구석에는 보험으로 대학원이 괜찮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은 단순히 "취업이 싫어서"라는 마음은 아닐 거다.


취업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봤더니 아직 준비된 게 많이 없는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대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도 될까?라는 마음과 함께 '온실 속에서 더 안전하게 자라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직 취업 준비를 해보지 않았을지라도 여기저기에서 취업 경기가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 부딪혀보기도 전에 "나도 어차피 안 되겠지"라는 생각이 자신을 잡아먹는다.


어느 쪽이든 대학원이 하나의 해결책 또는 안식처(더 솔직히 말하면 도피처) 로서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연구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던 사람은 어떨까?


연구하는 게 좋아서 대학원을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겠지만


혹시 취업시장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면 그래도 대학원을 선택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자신의 대학원에 대한 열정, 관심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가 하고 싶다'와 '좀 더 안전하게 성장하고 싶다'의 차이


두 생각이 실제로 어떻게 다를까?


'대학원에 가서 연구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보통 특정 순간이 있다.


수업을 듣다가


"이 부분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뭔가 짜릿함을 느꼈다거나,

논문을 읽다가 "이게 실제로 구현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거나

하는 뭔가 구체적인 장면이 있다.


연구에 대한 관심, 또는 열정 이런 것들이 대학원에 대한 의지를 키운 것이다.


좀 더 안전하게 성장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다른 방식으로 온다.


혹은 주변에서 취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취업 공고를 찾아보고,

자소서를 쓰다 막히고,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자신이 준비된 게 없다는 느낌이 쌓이면서.

그 막막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대학원이 먼저 떠오르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떠오르고 대학원이 하나의 탈출구 보이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연구에 관심이 있는데 취업도 잘 안 풀리는 사람도 있고, 막연하게 안전한 곳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지만 관심 분야가 어렴풋이 있는 사람도 있다.


딱 잘라서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그래도 어느 쪽이 더 큰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자신의 선택의 이유를 찾는 질문 세 가지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어느 정도는 자신에 대해 알 수 있겠지만 그래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아래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


첫 번째. 취업 경기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더라도 대학원을 고민했을 것 같은가?


바로 "그래도 고민했을 것 같다"는 사람이 있다면 취업 상황이 어떻든 이미 대학원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반면, 반면 잠깐 멈춰서 고민이 되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취업이 잘 됐으면 대학원은 내 사전에 없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대학원을 향한 마음이 연구에 대한 끌림보다 취업 시장에 대한 두려움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대학원에서 하고 싶은 연구가 떠오르는가?


구체적이지 않아도 된다.


'반도체 소재 쪽을 더 파보고 싶다'


'머신러닝 모델링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처럼 완성된 생각이 아니어도 된다.


그냥 '이 방향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다'는 감각이 어렴풋이라도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연구에 대한 생각, 열정이 있었다면 그런 것들을 하는 곳인 대학원에 가는 것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 대학원이 끌리는 건 연구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대학원을 가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학원에서 뭘 하고 싶다"라는 의지와 생각 없이 대학원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을 해도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연구가 잘 되면 모르겠지만 (대학원에서 연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잘 되진 않을 거다.) 조금이라도 마음대로 안되고 막히는 순간이 오면 버틸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세 번째. 대학원을 떠올리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가?


처음 대학원이라는 단어가 나의 마음속에 들어온 시기


취업에 대한 고민 이전부터 대학원을 생각해 왔던 건지,


아니면 취업과 관련된 무언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부터인지,


등에 대한 시기를 잘 고민해 보면 대학원에 대한 나의 진심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대학원을 생각해 온 사람과, 취업이 잘 안 풀리면서부터 대학원이 눈에 들어온 사람은 출발점이 다르다.


취업 걱정이 생긴 이후 대학원이 떠올랐다면, 지금 그 끌림이 연구를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인지를 좀 더 솔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불편함이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세 가지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면, 지금 자신의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어느 정도 보일 것이다.


위 질문들을 통해 자신이 막연하게 안전한 곳을 찾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도 대학원을 가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안전한 곳에서 좀 더 잘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선택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 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학원 진학 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동기가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아무리 해도 결과가 안 나오고, 교수님은 압박하고, 친구들은 취업해서 월급 받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은 순간들이 있을 수 있다.


(나를 포함한 주위 석박사들에게 물어봤을 때 이런 순간들이 최소 한번 이상, 많게는 매일 그런 순간들을 마주했다고 한다.)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 이 순간을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연구가 하고 싶어서 온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어서 온 것이다 보니 힘들더라도 조금은 더 버틸 이유가 있다.


하지만 막연하게 안전한 곳을 찾아온 사람이라면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이 안전하지 않을 때 그곳에서 느끼는 좌절은 생각했던 것보다 클 수 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이 힘들고 안전하다고 생각되지 않더라도 2년을 버틸 자신만의 이유가 있는가?


취업 시장이 안 좋아서?


지금 당장 벗어나고 싶어서?


라는 이유만으로는 연구실에서 막히는 순간을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 말고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


관심 있는 분야인지, 가고 싶은 방향이 맞는지 등이라도 고민해봐야 한다.


그 답이 지금 당장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생각보다 힘든 순간이 많을 수 있다.


연구가 막히고, 결과가 안 나오고, 주변과 비교되는 순간들이 있을 때 자신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게 하는 그것이 있는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런 순간에도 자신을 버티고 견뎌내게 하는 것이 바로 자신만의 동기다.


왜 여기 왔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이유를 붙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없는 상태라면 조금만 힘들어져도 그만둘 이유가 먼저 떠오른다.


대학원에 올 때 안전한 곳을 찾았서 왔던 것처럼


내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알면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당장 딱 떨어지게 결론이 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어제보다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 거다.


연구가 하고 싶어서 대학원이 끌리든, 취업이 안 돼서 끌리든 정답은 없다.


상황과 분위기에 휩쓸려서 결정하기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알아보고 고민해서 주도적으로 선택했으면 한다.


나중에 어떤 순간이 와도 "내가 제대로 생각하고 결정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동기는 알겠어. 근데 대학원 나오면 취업이 진짜 더 잘 되는 거야?

취업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첨삭/컨설팅 등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학원 가면 좋을까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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