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생각이 돌아다닌다. 생각 하나 생각 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처음 했던 생각은 온데간데없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 봐도 기억나지 않는 그 생각.... 뭐였더라?....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내는 것을 포기하고 잠시 머리를 식히러 산책을 나간다. 먼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재밌다. 다양한 모습의 얼굴, 얼굴이 이쁘고 잘생겨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정말 개성 있고 아름답다. 객관적 기준으로는 못생길 수 있어도 주관적으로 잘생겼다는 뜻이다. 개성 있고 아름다운 모습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의 모습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 그런데 갑자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아까 그렇게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던 바로 그 생각이다. 참 뜬금없다. 그렇게 찾을 때는 안 나오더니 관심이 없어질 때쯤 되니까 스스로 돌아온다. 아무리 관심이 없어질 때쯤 돌아왔더라도 완전히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므로 힘들게 떠오른 생각을 그냥 보낼 수 없다. 떠오른 생각을 핸드폰 메모장에 적는다. 메모장에 적는 순간 다시 아까 산책하기 전에 하던 생각이 다시 이어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잠시 꼬리 사이사이 관계에 집중해본다.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집중해보려 하지만 생각들이 두 개 세 개가 넘어갈수록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흘러가는 생각을 잡아 둘 수가 없다. 생각들이 어디론가 바쁘게 가야 하나 보다.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다려주지 않는 생각들을 잡기 위해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생각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하나씩 써보기로 한다.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단어를 적는다. 생각과 각 단어들과의 관계, 그리고 이 단어가 떠오르게 된 이유를 적는다. 그 단어를 통해 다른 단어가 떠오르면 그 단어도 이유와 함께 적는다. 적기 전에는 개울처럼 흘러가던 생각들과 단어들을 기록하여 수영장 물처럼 가둬버렸다. 머릿속에서 무질서하게 떠다니던 단어들이 질서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생각들이라 하더라도 적게 되면 더 이상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미 핸드폰 메모장에 적혀있기 때문에 까먹을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떠오르는 단어와 생각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일시적으로 무질서함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단어를 재배치하거나 관련 있는 것들끼리 묶어 나가다 보면 다시 질서를 잡아간다. 어느새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된 생각들이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하고 하나의 큰 생각으로 정리된다. 머릿속에서만 정리하려고 했으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지만 떠오르는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 쓰고 눈으로 보면서 확인해보니 쉽게 정리가 됐다.
글은 생각을 정리해준다.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들은 말 그대로 스쳐가게 놔둘 수밖에 없지만 글을 쓰면 스쳐가는 생각들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잡아놓은 생각들을 적어 가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더 큰 개념으로 확장시켜 갈 수 있다. 두서없이 나열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시간 관계없이 떠올랐던 오늘 하루의 일과 등을 시간 순서대로 또는 의미가 큰 것부터 정리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이유..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쓴다. 정리된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의 씨앗이 된다. 글을 통해 생각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