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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작가(허예지) -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5기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하나니까

 - 허예지 작가 -


  지금, 우리 삶의 경계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찾아 재조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들. 올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 나 각자의 고민을 들어보고 싶었지만, 코로나는 무너진 잔해 속에서 한 발자국을 떼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우리는, 눈을 맞추고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른 방식인 온라인으로라도 만남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부쩍 도시에 관심이 갔기 때문일까. 나와 연결되어 있는 일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곳곳의 공간을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해 각자의 스토리를 만나는 작업.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이 아닌 또 다른 지역에서 연락이 왔다. 나에겐 생소하면서도 꽤나 먼 지역인 조치원도시재생지원센터였다.     

"작가님, 대학생 서포터즈들과 함께 활동해주실 수 있나요?"     


도시재생을 매개로 한 색다른 만남

  브런치를 통해 도시재생 관련 업무가 들어오다니. 익숙지 않은 조합이었다. 지역 활성화를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내가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스러웠다. 질문지를 받기 전까지 경험했던 도시재생과 누군가에게 듣고 배운 도시재생의 이야기를 하나씩 갈무리해보고 있던 그 날.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다짐했던 건 질문지 덕분이었다.     


 생애주기에서 애매하면서도 불안한 존재에 있는 청년에게 우린 과거와 지금의 잣대로 쉽게 재단하고 비교한다. 특히나 대학교를 다니며 내 일(my job)에 대한 확신이 없는 대학생은 사회의 요구하에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청년들의 확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도시재생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본인의 확신 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게 된다면 하나의 작업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 요즘 내가 그렇다. 맡은 지원사업들을 진행하다가 나의 일이 무엇인지 모호해지는 지경에 마주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모든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성공경험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에게 실망하던 내가 멘토링을 하며 제일 배울 수 있었던 작업자 중 하나의 특색은 결국 의지였다. 모든 작업을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마쳐보겠다고 하는 의지. 기한 안에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과정을 지나치며 나의 문제와 직면하는 용기를 가진다. (앞선 문장에서 나를 도시재생으로 바꿔보면 의미는 똑같다.)     


같은 고민 그리고 다른 접근 

  도시에서 사람들이 떠나가 원도심이 된다. 그 도시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백과사전에서 정의하는 도시의 의미는 '사회·경제·정치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써항상 수천·수만 명 이상의 인구가 집단 거주하여 가옥이 밀집되어 있고 교통로가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다도시재생을 하는 곳은 사전적 의미의 도시와는 정반대로 상상하면 되는 지역이다.     


 사회·경제·정치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곳이 아니고 손꼽을 수 있는 인구가 거주해 가옥이 비어있고 교통로가 불편한 지역이 바로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이다.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기 때문에 지역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점점 사라지고 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곳. 그렇게 도시의 슬럼화가 진행된다.      


 온라인에서 만난 청년들과 우리의 답은 주민공동체였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판이하게 달랐다. 개인적인 관심사가 중심이 되어 주민공동체를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고민했다. 건축학도인 그들은 공간 구성을 시작으로 모임을, 난 같은 문제(주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먼저였다. 중요한 건 해결 방식은 달랐지만 대화하며 우리는 같은 고민의 답을 찾고자 질문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장소중심이던 커뮤니티 중심이던 중요한 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건축학도인 그들에게 장소 안에서 모임을 구성하는 건 쉽다. 반대로 나는 이 작업이 어렵다. 무엇을 시작하든 공간에 사람들은 모인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작업이 아닐까.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공통된 관심사를 던져주는 것 말이다.     


답은 우리 안에 있으니까     

  차를 타고 주변 송도 신도시 혹은 청라 신도시를 가면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한다. 구획화 된 도시의 모습은 특색을 잃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도시의 이미지는 완벽하게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계획도시 안에서 상업구역, 오피스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면 이젠 집이 곧 나의 일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사라지고 공연장도 하나둘씩 함께 하는 활동 공간이 사라짐에 따라 유휴공간을 가치 있게 쓰는 것도 우리의 미션이 됐다.     


 코로나 2.5단계가 시행되고 테이크 아웃 커피만 맛볼 수 있게 됐다. 매주 아늑한 카페 한 곳을 찾아 커피를 마시던 나의 호사는 사라졌다. 커피의 맛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누린다는 것, 대화를 나눈다는 행위가 큰 의미였다. 이렇게 카페를 많이 가는 이유를 유현준 건축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적인 공간을 소유할 수 없다 보니 시간당으로 공간을 빌리는 사업이 번창했다'고.      


 물론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관계를 더 끊어낼 수 있겠지만 관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평소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소규모 살롱을 통해 고민을 해소하며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어쩌면 점점 늘어나는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조치원은 어떤 곳일까. 대화에서 계속 고민했던 지점은 지역의 특색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역사적인 요소나 특산품이 없는 곳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먼저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은 본인의 방식대로 로컬이라는 이름 하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단순하게 역사적 사실을 통해 원도심을 살리는 활동보다는 반대로 청년들이 하나의 특색이 되면 어떨까 싶었다.


 수도권과 충남 그리고 타 지역의 중간 환승역을 맡고 있는 조치원.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중간 공간인 이 곳이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환승역'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지속된 5기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가 그 증거가 되지 않을까.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된 이 곳은 청년 창업과 전통시장을 함께 살리는 중대한 미션을 가진 곳이다. 하나도 어려운 데 두 가지를 함께 해 결해야 한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도시재생과 청춘은 똑같다. 확신이 없으면 한 없이 힘들지만 개인에 대한 믿음,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대를 통한 믿음이 있다면 결국 의지가 생긴다. (앞선 모든 이야기들은 5기 도시재생지원센터 서포터즈와 대화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한 사람의 의지를 만들기 위해서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좋아하는지아니 이 지역 안에서 제일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우리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금 당장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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