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와 함께한_ brunch 작가(강민경)
도시재생, 청년의 상상 더하기
빛이 발화하면 눈을 잠시 부시게 하고는 멀리 퍼져나간다.
작은 점에서 시작한 빛은 우리가 시간을 세기도 전에 널리 퍼져 공간이 된다.
발화의 시점, 빛이 퍼져나가는 속도, 빛이 퍼진 넓이는 우리가 예측하기 어렵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빛을 내기 위한 연구 그리고 실행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시재생’과도 같다.
도시재생은 도시에 빛을 밝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빛은 우연히 찾아오기도 전구에 빛을 내는 것처럼 부러 내기도 한다. 도시재생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작은 노력이 쌓여야 하는 일이다. 사는 사람들의 편리와 함께 도시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수리하는 것은 그 도시에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도시의 풍요를 가질 여유를 보장한다.
조치원 도시재생 사업을 들여다보면 빛을 내기 위한 전구에 스파크가 튄다. 도시 권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도시를 일으키고자 하는 사람들, 조치원을 처음 마주해보고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조치원의 이미지를 이해하려는 사람들. 그들이 부딪히며 스파크를 내고, 스파크는 그 자리에서 식기도 하지만 계속되면 언젠가는 빛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내가 직접 마주한 건 조치원을 다른 권역에서 바라보고 그 대외적인 이미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었다. 낯선 도시를 마주하고 이해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작년에도 올해에도 이 프로젝트를 마주한 나 또한 여러 장의 PPT를 살펴보고 지도를 찾아보고 조사하면서 그랬다. 그리고 외부의 인력이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조치원 내의 삶을 다르게 바라보는 인식은 신선한 바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여있는 물보다는 흘러들어오고 또 빠져나가는 순환으로 흐르는 물이 큰 강을 이루는 법이니까.
인상 깊었던 신선한 바람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BTS 팀이었다. 그들이 부산에서 바라보는 조치원은 사실 나팔을 거꾸로 들어 보는 넓은 입구로 좁은 입구를 바라보는 것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뾰족하면서도 직접적인 대안이 나왔던 듯싶다. 유동인구가 잘 보이지 않는 애매한 발전은 큰 도시에서 바라보는 조치원의 대표적인 인식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문제점이 확연히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체험활동, 복숭아 축제를 열고 그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과물 거리 연계 등은 뭔가의 대안이 아닌 현실적인 사업이 아닌가 싶었다.
더불어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변화시키는 발전이 중요하다는 팀원의 도시재생에 관한 생각 베이스는 INTURNSTRY와 이어졌다. INTURNSTRY 팀 이름은 딱 봐도 알 수 있는 단어를 조합한 새로운 단어였다. 앞의 BTS 팀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던 건 이 팀원들은 홍익대 조치원에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치원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조치원에 관한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구 유입’은 스파크가 튈 문제가 아닌 풀어야 할 조치원의 난제 이리라. 그렇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조금 차이가 있었다. 이 팀원들은 적은 인구수와 함께 조치원에 ‘살’ 여러 세대를 끌어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변화를 시도하되 내부에서의 통합된 변화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었다. 거리 환경을 개선하고 으뜸 숲길 개발을 통해 도심 내 쉼터를 활성화한다는 건 조치원에서 사는 사람이 행복해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건 간접적인 빛의 형태로 퍼져나가 ‘조치원 살기 괜찮더라’라는 소문이 퍼져나가는 법이다.
조치원 내의 ‘숲’은 꽤나 조치원 내에서 핫한 곳인 듯했다. 우연히 ‘숲’을 좋아하는 팀들을 만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시재생에서 ‘재생’과 더불어 도시에서의 쉼을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조치원’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목적지로써보다는 정거장으로써의 이미지, 쉬었다가 가는 정류장이라는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조치원 도시재생 프로젝트 팀들에게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 ‘nae_il(내일)’ 팀은 특히나 숲의 이미지를 조치원과 잘 어우러지게끔 만든 PPT를 보여주었다. 특히 숲을 통해 사람들의 동선을 연결하고 흥미를 유발하며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게끔 하겠다는 바람은 내부에서 외부로 퍼져나가는 빛의 시선과 닮아 있어 더욱 눈에 띄었다. 또한 도시재생의 주인은 누구일까? 물음으로 시작된 ‘도시 숲’ 프로젝트는 근본적이지만 특별해 보였다. 상가, 청년주택과의 동선을 생각하며 스마트팜을 통해 상인지원거점시설과 연결하겠다는 점은 조경적인 측면과 더불어 도시의 삶에서의 본능적인 부분까지 연계되어 보였다. 도시에서 산을 찾는 건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이며, 이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 ‘도시재생’의 시야를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관점이 꽤나 신선했다.
이들의 발표에 앞서 제일 먼저 만난 ACTICITY 덕분에 보다 조치원 도시재생에 관한 애초의 관점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조치원의 단점을 개선하는 것에서의 시각이 아니라 조치원의 장점을 살리는 관점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막연하게 시골의 촌스러움만 기대할 수도 있는 조치원이었지만 이들은 그것을 미니멀한 도시로써 관점을 바꾸어 생각했다. 또한 적극적인 주민의 참여, 골목길의 향수, 노후 시설의 재활용 강점, 주거+식문화 밀집 분위기를 강점으로 삼아 왕성길을 살리는 ‘왕성왕성’프로젝트는 내 안의 조치원에 묻어있던 따분한 이미지를 바뀌게 했다. 관점이 바뀐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이었다. 어떤 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도시재생의 프로젝트는 그 방향이 바뀐다. 그건 사실 도시재생만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이 팀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나는 다른 팀의 프로젝트의 관점도 단순한 도시개발의 목적에서 벗어나서 볼 수 있게 됐다. 조치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치원 자체의 매력을 살리겠다는 관점은 다른 지역에서 사는 사람에게 그 자체로 관심을 끌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사실 기획가로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다른 지역에 살며 에세이를 쓰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건드린다.
나는 조치원의 발전이든, 도시재생이든 어떤 사업을 기획함에 있어 기획을 하고 실천하는 사람의 철학이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이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획가, 실행가 철학이 어떻게 맞부딪히고 또 어떤 방향으로 합치가 되었는가가 프로젝트의 방향과 현실성, 그리고 결과를 달리 만든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번 조치원 도시재생 프로젝트 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라도 그 방향이 단순한 것이라면 (예를 들어 자본을 위한 하나의 목적이라면) 그 결과는 폭넓게 기대할 수 없다. 더불어 모든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도 없다. 빛은 한 방향으로만 번지지 않는다. 그래서 빛이 존재하고 빛을 사람들이 열망한다. 도시재생 또한 빛과 같을 것이다. 빛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따스함을 느끼고 보금자리의 안락함을 느낀다. 또한 어둠보다는 빛의 영역에서 보다 잘 살아가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도시재생은 그 빛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일이 아닐까? 조치원의 도시재생은 조치원 자체의 단순한 발전 그 이상으로 그 자체만의 빛을 발할 때 조치원에 사는 이도, 조치원 주변에서 바라보는 이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7기 X brunch작가
*본 발행물은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7기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작성한 도시재생 에세이입니다.
브런치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조치원과 서포터즈 활동기,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주관 : 조치원 도시재생뉴딜 현장지원센터
- 참여 :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 작가 : 강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