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도시재생으로 함께 살기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와 함께한_ brunch 작가(성노들)

도시재생으로 함께 살기     


  어릴 때 아빠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예전이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어도 사람 사는 정만큼은 어느 때보다 풍족했다고. 잔치가 열리면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고, 혹시 다른 집에서 걱정할까 먹을 것이 없어도 아궁이에 불을 때고는 했다는 그런 이야기. 집성촌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갈 때 만나는 동네분들은 얼굴만 봐도 내가 어느 집 누구의 자식인지 꿰뚫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광경이 생경하기도 또 마음이 퍽 푸근해지기도 했다.     


옛 향수를 간직한 가풍에서 자라서 그런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어도 나는 여전히 대도시의 풍경에 자주 압도된다. 끝이 어딘지 모르게 높아만 가는 빌딩숲을 보면 숨이 막히고 비슷비슷한 모양새로 새로 지어진 회색빛 건물들은 생기 없이 도시를 수놓는다. 도시는 언제나 바쁘고, 화려하고, 각자 무언가를 뽐내기에 정신이 없다. 낡은 것은 가차 없이 버려지고 매일 새로운 것이 생겨나니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다. 사람이 들어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반면에 아직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벽돌집이나, 수백 년을 한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고목, 상인과 옥신각신하며 흥정하는 왁자한 시장의 모습에서 느끼는 활기와 안정감은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에 가깝다. 어딘가 불편하고 느리고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비슷한 속도로 사회 변화에 적응하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풍경. 우리가 추구하는 도시재생이라는 것도 결국은 도시에서 마을을 찾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포함해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시도가 아닐까?   

  

 이 시대의 청년들이 친환경과 제로웨이스트, 비건에 갖는 열풍적인 관심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제 먹고살만한 세상이 되었으니 혼자만 잘 살지 말고 같이 살아보자는 것.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해양생물이 죽어가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굶어 죽고, 난데없는 역병이 벌써 2년째 전 세계를 휩쓰는 이상한 세상을,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잠깐 멈춰서 돌아보자는 것이다.         

     


 조치원 도시재생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청년들을 만나며 들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제로웨이스트’였다. ‘너울’팀은 조치원 시장 내 공실을 활용해 원데이 클래스, 소품 판매 등을 진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클래스의 주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만들기 수업이나 조치원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들로 비건 요리를 배워볼 수 있는 수업을 선정했다. ‘WITH1’팀은 시장 내 사용되는 비닐을 줄이기 위한 장바구니 대여 시스템 도입, 배달 시 친환경 다회용기 사용,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이기 위한 못난이 상점 오픈 등 친환경을 테마로 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고, ‘JPR’팀 역시 장바구니 대여, 원데이 클래스, 낙과 떨이 구입 등의 기능을 도입한 앱 개발을 제안했다.     


 단순히 청년들을 유입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제로웨이스트가 아니라 낙과나 못난이 농산품을 이용해 시장상인들의 매출에도 도움을 주고, 쓰레기를 줄여 환경에도 좋은 일을 하는 상생의 가치가 여기 있다. 

             


 청년은 이미 알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명제는 ‘함께 사는 것’임을. 우리가 끊임없이 미래를 절망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아직도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낡은 것을 고쳐 쓰고, 오래 이어온 것의 가치를 바로 알고, 가능한 적은 피해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삶. 그것이 지금의 청년이 생각하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그런 시민들로 구성된 사회라면 그 미래는 틀림없이 밝다. 청년은 언제나 희망의 편이다.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7기 X brunch작가 

*본 발행물은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7기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작성한 도시재생 에세이입니다. 

브런치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조치원과 서포터즈 활동기,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주관 : 조치원 도시재생뉴딜 현장지원센터

- 참여 :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 작가 : 성노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