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bucks 그 이름의 가치
2018년 8월,
새로 생긴 신도시로 아파트를 청약받아 2년을 기다린 후에 전입(轉入)했다.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날(生)것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옆 단지의 아파트는 이제 막 땅을 파기 시작했으며 매일매일 날리는 흙먼지와 공사 소리를 감안해야 했고, 아파트 곳곳의 하자(瑕疵)를 발견하고 보수(補修)를 요청하는 것까지 여간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좋았다.
처음 생긴 내 집이었다.
새로운 동네의 도로명이나 다리 하나하나 이름을 짓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투표하여 결정하는 것부터 새로 생기는 건물과 새로 입점(入店)하는 가게들을 보는 것까지 모든 것이 설레였다. 시간이 흐르자 정돈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불완전했던 무엇인가는 일찌감치 자리를 정리하고 떠난 것도 있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은 지나야 새로운 도시의 뿌리가 자리 잡힌다고 한다.
이제 고작 2년.
아직도 흙밭인 곳이 수두룩하고 새로 생긴 초등학교는 올해 첫 개교를 기다리고 있으며 - 코로나19으로 학교의 품으로 아직까지 아이들의 첫 등교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 마음만 먹으면 도시 끝에서 끝으로 걸어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한 동네이다.
그런 동내(洞內)에 어느 날 새로 올라간 건물에 플래카드(placard)가 하나 걸렸다.
'스타벅스 입점 확정'
나는 SNS도 맘 카페도 전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삶과 일상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내 인생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임신과 동시에 모든 계정을 탈퇴했다. SNS는 카페인과 마찬가지로 중독현상이 심해서 마음을 다잡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플래카드를 보고서야 동내에 스타벅스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뒷북.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쓸데없이 수선을 피우며 지인들에게 떠들었다.
역시나 내가 알면 동네 사람은 모두 다 아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도 또 스스로 '느림의 미학'이라 자화자찬했다.
나는 커피도 집에서 마신다.
2잔 이상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카페인에 약하면서도 하루에 한 잔을 마시지 않으면 카페인 중독처럼 하루 종일 생각나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끊으려고 며칠 안 마셔도 봤지만 오후 3시만 되면 정신을 못 차리고 꾸벅꾸벅 졸게 되어 버티기가 힘들었다. SNS는 과감하게 끊었지만 커피는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비타민 챙겨 먹 듯, 아침에 꼭 연하게 한 잔 내려 먹고 있다. 그래서 밖에서 사 먹는 커피는 가격과 양, 맛 모두 나에게는 과분(?)하다. 그래서 아마도 스타벅스가 들어온다고 해서 내 '커피 일과'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실에서 '스타벅스' 간판이 보인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우리 집이 ' 스타벅스 view'가 되는 것이다.
아직 입점 예정이라는 플래카드뿐임에도,
그것이 들어온다는 예고장만 보았을 뿐임에도,
내가 그곳에서 커피를 사 먹게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임에도,
이름 만으로도 알 수 없는 설렘을 준다.
착각의 힘.
브랜드의 힘.
샤넬 가방을 들고 다니면 나 자신이 샤넬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만큼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마치 스타벅스 브랜드가 된 것 같은 착각의 힘 때문일까?
향기로운 커피 향기에 오래 머물고 싶은 인테리어에 이름만 들어도 호감인 그 브랜드. 스타벅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설레고 있는 것일까?
내 감정 하나도 정돈된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다른 사람의 감정은 대체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우와, 좋겠다, 집에서 스타벅스가 보이고."
그들은 대체 나에게 왜 좋겠다고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