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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플랫폼 Aug 14. 2022

잡초와 포도 그리고 개망초

공방의 마당 한쪽에 잡초가 자랐다. 강가에서나 볼 법한 풀이 내 키보다 크게 자랐다. 처음에는 예초기라도 빌려서 베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휴일 오후 글을 쓰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 잡초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 시선을 돌렸다. 멍하니 바라보니 그냥 잡초로만 보였던 풀들에게서 정감이 느껴진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그저 그래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바람 탓도 없다. 그 사이로 뿌리는 더욱 깊이 내리겠지.


잡초 그냥 두고 봐도 좋지 않을까?



비가 오다 잠시 갠 사이로 와이프가 공방을 찾았다. 둘이서 공방마당을 걷다 잡초 사이에서 포도를 땄다. 딱히 누가 심은 포도나무는 아니다. 아마 누군가 포도를 먹고 뱉어 놓은 씨가 자연적으로 자랐지 싶다. 다분 새가 그랬을 것이다. 잡초들 사이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았는데 검게 익은 다소 작은 열매가 꽤 먹을만 했다. 괜시리 반갑기도 하다. 낯선 곳에서 아는 이를 만난 기분이랄까. 아마 이름 하나 모르는 잡초 사이에서 만난 낯익은 것이라서 그런가 보다.



키 큰 잡초 아래에 개망초가 고개를 내밀고 피어 있다. 저 잡초와 개망초의 차이는 그저 내가 이름을 알고 모름 그 하나일 뿐이다. 개망초도 이름을 몰랐으면 그 잡초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이름을 안다는 것. 이름을 지닌다는 것. 그것은 상대에게 특별한 것이 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름은 대부분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이 지어 준다. 여러 소망을 담아서. 요즘 들어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내 이름은 내가 짓고 싶다.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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