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 속에 담긴 숙연함
<나를 부르는 숲>은 김은희 작가가 저자에게서 남편 장항준의 모습이 보인다며, 매우 유쾌한 책이라고 추천하는 것을 보고 읽게 됐다. 일상에는 유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으로서 유쾌한 장항준 감독도 좋아하, 글에 유머 감각이 드러나는 작가도 좋아하기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는 동안 꽤 즐거웠고 작가의 유쾌함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간 책을 읽어 본 경험상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번역한 책이기에 작가의 유머를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게다 짐작하긴 했다. 하지만 이 점을 감안했을 때에도 저자의 사고방식이나 유머가 나와 꽤 잘 맞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던 적도 몇 번 있다. 특히 허세쟁이 메리 엘런과의 에피소드에서는 얼마나 인간적인 공감을 느꼈던지.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하며 메리 엘런을 보는 기분이었다.
또 책을 통해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던 지리산 종주와 캐나다 여행을 떠올라 더 뜻깊었다. 애팔래치아 산길을 걷는 그들의 여정을 읽을 때 대학 시절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지리산 2박 3일 종주하며 느꼈던 것들이 생각났다. 단 이틀 정도의 산행이었지만 문명과 동떨어진 순간을 처음으로 경험했던 기억, 그리고 산행 중에 문득문득 보이던 지리산의 장관을 보며 감탄하던 모습, 또 이 종주에는 끝이 있고, 산을 내려가면 씻을 수 있고, 푸짐한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버틸 수 있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이들이 애팔래치아 종주 중간중간 몸을 재정비할 수 있는 마을을 만날 때마다 느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배낭을 짊어지고 캐나다 오크밸리 지역을 여행하던 내 모습도 눈앞에 그려졌다. 내 키 반만 한 가방을 메고 무작정 걸었던 기억, 작은 텐트 하나에 의지해서 잠을 잤던 날들. 편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생활하며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담대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없이 나약한 나를 직면했던 그 순간들.
자연은 정말 알 수 없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 앞에 서면 내가 너무도 작아지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도시의 생활들이 참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센트레일리아라는 수십 년간 불타고 있는 도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광대함과 나아가 이 지구의 광대함, 그 속에 우리 인간은 정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새로웠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가방을 짊어지고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여행하고 싶다는, 20대 이후 잃어버렸던 낭만적인 생각이 오랜만에 다시 올라왔다. 또 원문으로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