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며
소설 '고리오 영감'을 읽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마도 브런치에 정식으로 발행하는 첫 번째 서평이 될 그 책은 선과 악, 이상과 현실이라는 다소 익숙한 대립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작가 발자크는 그 양 극단의 중간에 놓여있는 깊고 어두운 간극을 들여다본다. 그 막연함에 압도당하지 않고 어둠을 밝힐 용기를 낼 수 있는지 묻는다. 그 질문이 가진 무게에 쉽사리 책을 덮지 못했다. 소설 한 권의 무게가 온 몸과 마음으로 느껴졌다. 그 느낌을 글로 남겨 기억하고, 다른사람에게 소개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솟았다.
좋은 글은 생각들을 단순히 평면에 나열하지 않는다. 그 생각의 무게와 질감, 온도까지도 드러낸다. 좋은 글은 독자들을 압도하고, 끝내는 변화시킨다. 좋은 글을 읽은 후에는 더 이상 그것을 읽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또 좋은 글은 뻔뻔한 손님과 같다. 불쑥 내 안에 들어와서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뜨거움으로 내 가슴을 덥히고 온기를 세상에 전하도록 나를 움직인다. 그렇게 좋은 글은 세상과 나를 이어준다. 세상에 내 자리를 새롭게 마련해준다.
나는 그런 글을 전하고 싶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브런치에 발행하는 모든 글은 작가의 개인 블로그(https://surca.tistory.com/)에 동시에 게재합니다. 내용이 같거나 약간씩 다를 수도 있으나 모두 작가 본인이 직접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