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우주 미아

그때, 그때의 그때

by 아무튼 간호사

여지없이 연분홍빛 벚꽃이 어지럽게 흩날리는 2021년의 봄은 유난히 천천히 지나간다.


한동안 봄꽃이 꼴 보기 싫었다. 겨우내 앙상하게 말라 있던 나무들에서 푸르른 잎이 나고 꽃이 핀다. 무슨 나무인지 모른 체 매번 무심히 지나갔는데 봄꽃이 화려하게 펴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라고 자신을 알린다.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수십 번은 되풀이되는 혼란의 시간을 겪는데 봄이 되면 나무조차 자신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만성적인 무기력과 무거운 마음으로 출퇴근할 때마다 마주치는 꽃이 이렇게 못마땅한 적도 없다.


얼마 전에는 아주 오랜만에 망원동 당인리 책 발전소에 다녀왔다. 이런 감성적인 장소에 다녀온 것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예전의 나는 분위기 좋은 곳, 즉 그럴듯한 장소를 참 많이 찾아다녔다.


대림 미술관의 재즈 콘서트, 삼청동 지하에 유난히 많던 재즈 카페, 정독 도서관, 안국역 안에 있던 음반 가게, 광화문 씨네큐브 등을 혼자서도 많이 다녔다. 특히 비 오는 봄날, 혜화동에 가서 프리지어를 사 들고 집에 오는길은 참 낭만적이라 느꼈는데 말이다. 우주 미아처럼 헤매고 다녀도 그리 불안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한 나의 어린 시간을 스스로 보상해주듯, 구김 없고 귀엽게 자란 막내처럼 보이도록 그런 척하며 지낸 시간이 길다. 결국 노력할 필요가 없는 일에 노력하고 있었고 누구에게든 사랑받으려 애쓰고, 결핍이 없는 듯 과장된 몸짓을 보이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길, 멀리 돌아왔지만 나에게 다가가는 길에 언제라도 다다르길 바란다.

어쩌면 많은 면에서 수동태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견디는 마지막 이유.


나는 내가 좋고 싫고 이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