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자만이 맛보리니
동남아 사는 삼년 동안 열번도 넘게 여행을 했는데 그러는 사이에 어느 도시에 가든지 따르는 루틴이 생겼다.
공항이나 기차역 도착 - 유심 구매 - 우버/그랩 잡기 - 첫 숙소 체크인✔️
동남아 여행 중 우버/그랩은 내게 없어서는 안될 앱이었다.
보통 공항이나 역에 도착하면 현지 택시 기사들이나 숙소 주인들이 호객 행위를 하는데 배낭을 맨 나도 그들의 먹잇감 타겟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우버/그랩이 있으면 휴대폰에서 첫 숙소의 주소를 입력하고 나의 택시를 불안함 없이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마치 이전에 와본 사람인냥 행세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당당하게 택시를 타고 첫 숙소에 도착하면 일단락 완료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는 했다.
아, 또한 연결해 놓은 해외 카드로 돈이 빠지니 혹시나 못한 환전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첫 숙소에 우선 도착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숙소 직원과는 영어로 소통할 수 있으니 필요한 정보(도시 지도, 동네 정보 등)들을 모두 얻을 수 있고, 무거운 배낭을 내려두고 샤워를 하거나 목을 축일 수 있으며 라운지에서 다른 여행자들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몸과 마음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한 후에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루틴을 따르지 못하는 곳도 있다.
방콕 공항의 경우, 공항에 있는 택시 시스템을 따르다 보니 내 숙소의 규모(인지도)에 따라 그 택시 여행이 얼마나 길어질지가 갈리고는 했다.
규모가 있고 대로변에 위치한 체인 호텔일 경우 쉽게 찾아가 주셨지만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면 골목길에 위치해 있거나 관광지가 아닌 동네일 경우가 많아서 십중팔구 기사님께서 헤매시고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콕은 서울의 2.5배 규모의 도시이니 네비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래서 나는 매번 불안함에 구글 지도를 보며 제대로 가는 것인지 확인하고는 했는데 길을 잘못 들거나 의사소통이 안되서 답답한 상황을 여러번 겪었다.
사실 이런 것이야 말로 여행의 재미일 것이다.
다른 나라에 왔으니 모르는 동네에 떨어져도 보고 현지 사람들과 손짓발짓도 해봐야 진짜 여행이라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에서 나의 여행 루틴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다.
돌아보건대 나는 발달한 기술을 적극 사용하며 불안이라는 감정과 멀리하려 애쓰는 여행자였다.
상상해 본다.
이렇게 빠르게 모빌리티 산업이 발달한다면 아마 머지 않아 공항에서 도심까지 거리가 가까운 도시에서는 무인 킥보드, 자전거, 스쿠터를 타고, 먼 거리일 경우에는 무인 택시가 날 태우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현지 사람과 교류할 기회는 더 적어질 것이 뻔하다.
그런 시대가 도래하면 아날로그 여행의 묘미는 맛보기 어려운 것이 될 것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런 날이 오더라도 가끔은 편한 루틴 보다는 일부러 현지 택시를 불러 탈 용기와 마음의 여유를 지닌, 찐여행의 맛을 잊지 않는 여행자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