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리소스 없이 싱가포르 음식을 논하지 말라
오래전 동남아를 여행할 때 맥도날드에서 너겟이나 감자튀김을 칠리소스를 찍어 먹는 것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저걸 왜 저렇게 먹니 ㅠㅠ 으으윽'하고 시도조차 할 생각 없이 그렇게 끝이 났다.
그렇게 수 년이 흐르고 싱가포르에서 출근한 어느 날 동료들과 점심으로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햄버거를 시킨 후 케첩보다 그 옆에 있는 칠리소스를 먼저 집어 짜내는 나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내가 칠리소스를 케첩보다 먼저 찾고 있잖아?!
싱가포르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감자튀김이나 너겟 같은 것을 먹을 때 케첩을 항상 필수로 여기던 나인데, 이제는 케첩보다 칠리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더 맛있다고 느낀다.
싱가포르에서는 맥도날드 뿐만 아니라 다른 서양식 레스토랑에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칠리소스.
무슨 맛이냐고 물어본다면 '달달 칠리칠리' (달달하면서 칠리 맛)이 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칠리(chili)'라고 하면 위의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호커센터나 로컬 식당에서의 칠리는 집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칠리'소스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같은 모양새라도 맛도 다 다르다. 칠리소스 맛있는 집은 인기도 많다.
내가 매일 싱가포르 동료들과 싱가포르 로컬식을 거의 먹으며 눈에 익힌 로컬 칠리소스 모습들은 아래와 같다.
이렇게 매운 소스면 다 '칠리소스'라고 불리고 보통 셀프서비스로 퍼갈 수 있게 되어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칠리소스. 어느 정도냐면 내 싱가포르 동료들은 여행이나 출장 갈 때 필수라고 챙겨간다.
적어도 싱가포르, 아니 동남아에서 거주하는 동안 내가 떠올리는 햄버거 세트의 이상적인 모습은 아래와 같은 것일 것이다.
피 붉은 것이 칠리, 아래 덜 붉은 것이 케첩. (보통 음료는 탄산 안 좋아해서 스킵)
이 글을 작성하고 있노라니 전 회사 앞 칠리 피클이 맛있는 집의 Horfun(호펀)이 너무너무 먹고 싶다.
코로나가 끝나고 싱가포르를 방문하면 맛볼 수 있겠지?!
칠리 사진 출처.https://www.hungrygowhere.com/gallery/chilli-guide-10-types-of-chilli-for-hawker-food-*gid-77473101/
제목 사진.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