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갈라파고스 거북을 찾습니다

갈라파고스 동네 아저씨와 일일 투어

by 올리플래닛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둘째 날 딱히 계획은 없었지만 내가 있는 이 산크리스토발 섬을 샅샅이 둘러보고 싶은 건 확실했다.

구글맵을 켜 섬을 살펴보았다.

'음.. 걸어 다니는 건 어렵겠는걸. 꽤 크잖아'

투어를 신청해야 하나 고민하며 방을 나섰다. 마침 주인 할아버지가 계셔서 투어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어느 트럭에 탄 아저씨와 이야기 중이셨고, 내 말이 끝나자 다시 트럭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셨다(스페인어로...).

그리고는 이 트럭 아저씨가 오늘 개인 투어를 시켜주실 수 있다고 했다.

일대일이라니 솔깃했다. 가격도 부담 없는 금액이었다.

안전할까 잠시 고민한 끝에 하겠다고 했고, 준비할 시간 10분만 달라고 부탁했다.


10분 뒤, 나를 태운 트럭은 어디론가 출발했다.

소나기도 아닌 분무기 같은 비가 불쾌하게 내렸고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그래도 덜컹덜컹 비포장 도로를 달리니 모험을 떠나는 것 같아 설레었다.

그런데 아뿔싸.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나는 스페인어를 못했고, 아저씨는 영어를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번역기를 켜고 꼭 필요할 때 도움을 받았다.

투어 코스를 들어보니 대강 해변가, 거북이 보호소 등에 간다고 하는 것 같다.

여행사가 아닌 현지인이 동네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 기대가 되었다.

차창 밖 풍경




얼마나 달렸을까. 트럭이 어느 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개인집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아저씨 지인집인 것 같았다. 아저씨는 만다리나를 보여주겠다며 넓은 마당 안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와~ 커다란 나무마다 주황색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땅에도 몸을 가누지 못해 떨어진 귤 비슷한 것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땅에 떨어진 거 먹어도 돼요?"

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귤을 보자마자 목이 말라 못 참고 튀어나온 내 목소리였다.

"그럼."

가까이서 보니 그리 싱싱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씨앗이 있어서 퉤퉤 뱉으며 먹는 재미가 있었다.




트럭을 타고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Galapaguera de Cerro Colorado

'세로 콜로라도 거북이 보호센터'


거북이...?

살면서 거북이를 본 적은 언제였던가.

학교 다닐 때 과학 시간이었나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이곳은 정확히는 Turtoise(육지 거북)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 시간에 배운 Turtle은 바다거북을 지칭한다.


거북이는 어디 있을까?

입구로 들어가 길이 난 곳을 따라갔다.

아기 거북이가 서식하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작은 거북이는 태어나서 처음 봐.'

스트레칭하는 거북도 보이고, 마른 잎으로 식사 중인 녀석들도 있었다.

등껍질에는 번호가 쓰여 있었다.

거북이도 아기처럼 얼굴로 구별이 가능할까? 내 눈에는 다 똑같이 생겨 보였다.

작은 생명체들은 왜 항상 이렇게나 귀여울까.



다음은 흙길을 사뿐히 밟아 나아갔다.

꽤 걸어 나아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북이의 커다란 배설물과 발자국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저 멀리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와 마주했다.

나 같은 인간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주위를 살폈다.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조심히 다녔지만, 어쩔 수 없이 길 위에 거북이가 자리하고 있을 때는 옆으로 지나가야 했다. 그럴 때마다 머리를 움크리며 집으로 넣어버려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긴 너희가 사는 곳인데, 자꾸 방해해서 미안해.'


그렇게 꼬불꼬불 흙길을 다 걷고, 소개글이 친절하게도 영어로 스페인어로 적혀 있어 이곳에서 하는 일, 육지 거북에 대해서 등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센터에서는 새끼 거북이부터 어른 거북이까지 보호하고 있으며, 새끼 거북이들은 인큐베이터 없이도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산크리스토발 섬에는 육지 거북의 개수가 10만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단다.

그야말로 거북이의 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몇 천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많던 거북이는 다 어디로 간 걸까?

놀랍게도 1970년대까지 사람들이 식량, 오일, 고래잡이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포획하고, 섬에 동물들을 데려와 잡아먹히는 바람에 치명적으로 개체 수가 감소했단다.

'또 우리 때문이구나......'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졌다.

동물들은 왜 데려온 걸까, 거북이를 왜 먹었을까, 이 외딴섬까지 어떻게 왔을까... 그 당시 배경 지식이 없으니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지만 다행히 이 보호센터에서 거북이 수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반가운 거북이들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다시 차에 올라탔다.


Puerto Chino

'푸에르토 치노'


블루풋 부비가 쉬어가는 해변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아, 그래서 아저씨가 차에서 블루풋 부비를 언급하셨구나.'

블루풋 부비는 갈라파고스에 대해 서치 할 때 알게 되었는데, 발이 파란색이라 Blue-footed Boobies라 불린다고 했다.

트럭 아저씨는 내가 운이 좋으면 블루풋 부비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하셨고, 30분 정도 자유 시간을 주셨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신나게 서핑을 하는 청년들이 보이고, 모래사장에는 아기처럼 잠든 바다사자가 곤히 잠들었다. 나도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니 파도가 밀려와 두 발을 덮었다.

대서양의 기운을 느꼈다.

'아, 난 지금 갈라파고스, 남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어.'


그때 몇몇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 나도 본능적으로 따라갔다. 바위를 여러 개 올라가니 다들 숨 죽이고 카메라 렌즈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새 한 마리가 우리가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만 바라보며 편안히 쉬고 있었다.

'블루풋 부비...! 저 아름다운 파란색 발 좀 봐. 신은 예술 감각이 뛰어나셨을 게 분명해.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생명을 창조하셨을까.'


지구는 내가 아는 것보다,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이 사실을 못 느끼고 죽었더라면 많이 슬펐을 것 같다.



블루풋 부비



시간이 다 돼서 얼른 트럭으로 돌아갔다.

이곳에 수도 없이 오셨을 아저씨는 트럭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차창 밖은 안개가 자욱해서 여전히 많은 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투어는 끝난 줄 알았는데, 트럭은 가다가 다시 멈춰 섰다.


말은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려보라고 하셔서 내렸는데, 용도를 알 수 없는 돌을 쌓아 만든 작은 벤치가 하나 있었다. 십자가가 달린 것을 보아 기도를 드리는 곳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눈에는 별 특별할 것 없는 곳이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곳이기라도 한 걸까.


"저기 나무 옆에 서볼래? 사진 찍어 줄게."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은 분홍 꽃들이 활짝 핀 나무였다.

그렇게 예쁜 꽃들과 사진을 몇 장 찍고, 조금 걸어가니 작은 집이 나와 내렸다. 문에 십자가 문양이 있는 것을 보아 교회인 듯했다. 이 외진 곳에 교회가 있는 게 신기했다.

어쩌면 이 섬에서야 말로 꼭 필요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정말 아저씨 투어가 끝이 났다.

이 짧은 하루 동안 내 안에서 무언가 허물어지고 생겨났다. 그럴거야하고 짐작했던 것들이 옅어지고 진짜 갈라파고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내 눈 앞의 섬은 예상보다 훨씬 척박해 보였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 외 동식물을 가르기 보다 조화를 이루며, 하루하루를 평온히 살아가는 모습이 느껴졌다(누가 남미 아니랄까 봐!). 그런 점에서 그들의 정서와 마음만큼은 비옥한 대지같지 않을까?

나는 매일같이 인간의 삶에 대한
화학적, 정치적, 생물학적, 경제적 위협에 관한 글을 읽는다.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인간의 문화적 세계와 인간 이외 존재들의 세계 사이에 확실한 경계를 그으려는 일부 사람들의 고집 때문에, 혹은 그 세계를 침략하거나 능률화하거나, 그저 물질을 보관하는 창고나
단순한 풍경으로 일축해버리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 호라이즌 중 by 베리 로페즈


차 타고 지나가며, 어느 동네
여긴 어디?
작은 벤치


Copyright 2026. 올리플래닛 All rights reserve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