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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살리머 J Jul 24. 2023

1_내 살림에 낭만이 필요했던 이유

브런치 글쓰기 프롤로그




삭막한 아파트 공간에 찾아 든 낭만적인 그림. 햇빛, 식물, 나, 누가 주인공인지?                                   


1_ 

글을 쓰자. 그 결심은 간단했다. 누구나 인간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니까. 

말, 글, 노래, 춤, 그림... 인간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 중에

나는 글쓰기가 가장 편안한 사람이다. 그래서 글쓰기 결심은 간단했다. 

그런데 어디에  쓸까? 그 생각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여러 날이 필요했다. 

글쓰기에서 주제와 소재를 정하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었으니. 

나는 '어떤 나'를 드러내고 싶은 걸까. 직관적으로 보다는 객관적으로 나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2_

평범한 대학 국문과 졸업, 잠시 신문 전공으로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공부를 하다가 학비 등을 충당하려고 잠시 휴학, 당시 나의 경력으로 가장 벌이가 좋았던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쏠쏠했고, 재미도 보람도 있었다. 열심히 일을 했지만 다시 대학원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냥 돈을 버는 편이 나의 당시 상황에 적절한 듯 했다. 몇 개의 학원을 옮겨가며 영어 강사, 국어 강사, 논술 과외 강사, 초중등 강사, 입시 강사, 심지어 번역도 했다. 잠시 나아진 사정으로 빚을 내 작은 학원을 열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엔 커리어가 대단한 듯 보였거나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고 생각할테지만, 

보통의 평범한 직장이었고, 벌어들인 돈이 당시 어려운 가정 상황에 도움되는 것에 만족을 느꼈다.


3_

겨우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결혼을 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고단하고 긴 돈벌이는 결혼이라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울타리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잠시 사업에 실패하여 힘든 시기를 겪긴 했지만 부모님이 제공했던 가정은 내 존재의 근원적인 시작점이었다. 나다니며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되돌아 가는 곳. 잠시 꽂아두면 조금씩 차올라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는 충전소 같은 곳. 사회적 기준으로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런 곳이 가정이었다. 그래서 의심없이, 결혼을 당연한 인생의 수순이라 여겼다. 


4_

직업인으로서의 나,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나를 점검했다. 글을 썼던 싸이월드,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에 산발이지만 지속해 온 글들을 되짚었다.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가? 고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기록은 결혼식을 준비하던 때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에 대한 놀라움에 대한 기록, 동시에 맞이한 산후 우울증, 생각보다 힘든 일과 육아의 병행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위로의 방법이 기록이었다. 글로 털어놓으면 널뛰던 감정은 정리되고 이성을 되찾는 다행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시간에 쫓기듯 열심히 살면서도, 어디 한 구석이 텅 빈 느낌... 아마도 그것이 잃어버린 '나'였을 것이다. 온전히 마주해야 했던, 오롯이 바라보고 알아줘야 했던 '나'. 

그렇게 살다가 중년의 나이, 오십 살이 되었다. 


5_

그래서 내 삶에 낭만이 필요했다. 

치열한 젊음을 보내고 다소 힘이 빠진 나이. 설레는 사랑의 감정으로도 충만한 여름날이 아닌, 선선한 가을 바람이 감미롭지만 때로 쓸쓸하기도 한 이 정도에는. 기껏해야 내가 찾은 낭만은 내가 머무는 작은 공간, 내 집에서라 할지라도. 무언가를 살리고, 만들고, 정리하고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함께 사는 동반자들에게 충전이 가능한 곳이기를 바랐으므로. 때로는 맥시멀리스트, 때로는 미니멀리스트, 때로는 뉴트럴리스트라고 생각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하나는 바로 낭만. 나만 생각하는 살림살이의 낭만. 그래서 나는 낭만살리머라고 스스로 이름지었다. 그리고 내 살림에 담긴 아름다운 낭만이 무엇인지에 관해, 그 낭만이 가능했던 깊은 의미와 가치에 대해 기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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