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대관의 즐거움에 대하여

우연과 자유의지의 변증법

by 방구석 룸펜

나는 영화관 대관(나 자신 이외에 아무도 그 시간대에 예매하지 않은 경우)을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어떨 때는 순전히 대관만을 목적으로 전혀 관심 없던 영화를 충동적으로 예매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없어서 표 검사도 안 하는 상영관에 홀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짜릿함이란!


이런 기회는 주로 새벽 시간대에 잘 출몰하는 편으로, 만약 상영 시작 30분 안쪽으로 들어왔는데 아무도 예매하지 않았다면 대개 그 회차는 상영관을 독점할 수 있다. (기왕 혼자서 보는 거, 상영 시간까지 길면 금상첨화다.) 가히 자본주의가 허락한 최대의 사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녘의 극장을 스쳐갈 때는, 그때의 추억 ㅡ 상영관 내에 사람이 없는 걸 재삼 확인하고 오두방정 난리 부르스를 추던 기억 ㅡ 이 절로 떠오르곤 한다. 말하자면, 종종 행복은 우연히 주어지는 선물이기도 하지만, 때론 적극적으로 구하는 이의 몫이 되기도 한다는 것.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국가의 구조적 저성장으로 인해 N포와 무기력이 체질이 돼버린 시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 선택이 아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결코 작지만은 않은 위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