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연주회 후기 (콰르텟 S, 월튼/드보르작)

무대 경험, 음의 결을 중심으로

by 방구석 룸펜

2026.3.12


윌리엄 월튼, 안토닌 드보르작

콰르텟 S 피아노 사중주단


백만년 만에 온 예술의전당. 콰르텟 S는 2021년에 음반까지 취입하신 꽤 알려진 중견 연주단체인데, 연주자 개개인의 농염한 경륜이 돋보이는 아주 훌륭한 연주였다.


지금까지 내가 그리 많은 연주회에 참석해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어쿠스틱 독주회에서는 1부와 2부 사이에 꽤나 체감되는 실력의 격차가 존재했다. 이것은 물론 연주자의 긴장이 풀어지고, 몰입 상태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이는 브로셔에 소개된 이력의 화려함 ㅡ 수석, 만장일치, 전액 장학금... 같은 말들로 장식된 ㅡ 을 고려하더라도 대부분 예외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내가 보편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사실은, 보통 연주자의 연령대에 따라서 공연 전·후반의 기복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즉, 공연자 자신이 나이가 들고, 경험에 연륜이 더해질수록, 공연 초반의 생소함이나 당일의 객석 상태 같은 무대 조건에 덜 흔들리는 경향이 강하게 관찰됐다. 이는 분명히 연습량으로 증명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압도적인 경험의 뒷받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특별히 이 부분을 언급하는 이유는, 본 연주단체가 이 날 시작할 때부터, 공연 후반에 보여준 그들의 최고 역량의 8할 이상에 가까운, 사실상 거의 최선에 가까운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시종 안정적인 연주력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사실이 개인적으로 더 기억에 남았다.


사실 월튼의 피아노 사중주는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예상 밖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의 전개에 "오... 역시 유명 작곡가군." 하고 감탄하면서 듣고 있었다. 그런데 2부에 드보르작의 오중주가 시작되고 나서는, 첫 음이 울려퍼지는 순간부터 극명한 '체급 차이'를 절감할 수밖에...


활이 악기에 닿자마자, 가슴을 묵직하게 두드려 패는 헤비급 펀치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그렇게 30초 내로 K.O. 당했다.


추가로 음향에 대한 코멘트를 약간 해보자면... 1부와 2부에서 각각 사중주와 오중주로 총 악기 수가 달랐는데, 제2바이올린 한 대가 추가되는 것이 무대의 음향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바이올린 2대가 구현하는 텍스쳐의 밀도, 범위, 두께가 초래할 수 있는 무대를 장악하는 힘의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공연.


위의 변수를 거의 실시간으로 같은 공간에서 실험해 보는 것과 진배없는 환경이었으니, 훌륭한 실전 음향학 강의나 마찬가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