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

글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by 스름

나는 스스로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따금씩 찾아보면 보이는 세련된 문체들과 우아한 표현들을 가진 글은 나를 풀 죽게 한다. 어쩌면 그저 그런 글을 써서 온라인상에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패배감을 주는 주체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글을 끄적이기는 몇 번 했지만 단 한 번도 그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써서 올리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글에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에다 실제로 글을 쓰는 능력까지 뛰어나다면 이미 대성해 있었겠지. 아무튼, 작가님들도 모두 자신의 첫 잎사귀를 피워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그게 없었을 뿐이고.


하루, 그리고 이틀, 세월은 야속하게도 계속 지나간다. 글을 쓰고자 하는 생각은 시간에 닳아 사라져 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 심장은 어째선지 계속해서 한 번쯤 글을 써 보라고 머리에게 권한다. 나는 그 충고를 애석하게도 그냥 헛소리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몇 년, 혹은 십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한순간의 변덕으로 나는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고 있다.


지금도 딱히 대단한 용기가 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고까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자신을 향한 권유가 딱히 별 이유는 없이 내 무거운 몸뚱이를 움직이게 한다. 심지어는, 이런 글은 딱히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의 종류도 아니었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했고,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글감들도 대부분 그것이니까. 하지만 뭐 어때, 그런 생각이 살짝 들게 되는 이유는 뭘까.


시간 속에서 풍화된 것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아니라 '무슨' 글을 쓰고 싶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을까. 머릿속에 무거운 바위처럼 머물고 있는 소설의 세계관이 그저 나의 본심에선 귀찮은 방해물로 느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커다란 녀석을 먼저 치워버려야 내가 이곳에서 잘 있을 수 있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아니었을까. 산 정상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구경하겠다고 나무 하나, 새 하나, 시원한 바람도 느끼지 못하고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딱히 바위를 밀어 쳐내버리거나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주위를 좀 둘러보려 한다. 난 아직 산정에 도달하지 않았다. 나를 지탱하는 흙의 감촉도, 모두를 밝혀 주는 태양의 눈부심도 하나씩 느끼며 걸어가고 싶다. 앞길에 그저 나무와 돌덩이들만 가득하다고 해도, 이제는 하나씩 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나아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저 커다랗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바윗덩어리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한 걸음을 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내 성공적인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