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나를 퍼뜨리기 위해

by 스름

인간에게는 세 가지의 욕구가 있다고 흔히 말한다. 식욕, 수면욕, 성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설들이 흔히 그렇듯이,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세 분류는 정확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야 당연하다. 현대의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인간의 생활 수준 향상에 의해 과거에 없었던 수많은 욕구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져 왔으며, 그 욕구들 또한 거론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뭉뚱그려질 수도 있고 잘게 갈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식욕과 수면욕은 둘 다 인간이 살기 위해 필요하다는 공통점을 들어 살고 싶어 하는 욕구라 뭉뚱그릴 수도 있고, 식욕은 단순히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망에서 무언가를 씹어 삼키고 싶다는 욕망, 특정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 등으로 나뉠 수도 있다.


성욕 역시 세상이 바뀌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물론 여러 가지 행위에 대한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거론하고 싶은 건 성욕의 근본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욕의 근본이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종의 보존을 위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거의 모든 생물은 성에 의해 자신의 종을 이어나가고, 그런 방식으로 이 세상에 자신을 남긴다.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인간에게 맞추어 해석하는 것은, 아무래도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생각을 한다. 판단을 한다. 감정을 느낀다. 오로지 몸 전체를 성욕에만 맡기고 행동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인간에게 있어 성적 행위란 단순히 종의 보존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교류이자 일종의 의식이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세상 어느 생물이 종의 보존을 위한 행위를 서로 간의 동의를 받아가며, 심지어는 후세조차 만들지 않게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냈겠는가.

이는 진보된 것이라 생각한다. 나눌 수 있는 감정이 있으며,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의식 수준이 다른 생물들의 의식 수준에 비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루어진 변화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을 퍼뜨리기 쉽지 않게 된다. 후세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을 반이나마 닮은 존재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자신이 죽을 때 "자신"이라는 존재의 완전한 소멸을 뜻한다. 하지만 여기서 인간이 만든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길을 밝히게 된다.


현대는, 적어도 2020년대의 현재는 '정보 과포화 시대'라 부를 수 있는 세상이라고 본다.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보다 생성되는 정보의 양이 많은 그런 세상이다. 이 개념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성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는 이유다. 간단하게, 정보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이 손에 가까워지고,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상을 찍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정보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이후에는 생각하는 것도 그대로 정보가 될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레 웬 정보에 대한 이야기냐 함은, 현대에 있어 모든 생명체는 정보로 치환될 수 있으며 인간은 그 영향을 특히 더 잘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잘 와닫지 않는다면,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사자성어의 예를 들 수 있겠다. '세 사람이 모이면 호랑이를 이룬다'는 뜻으로,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세 사람의 거짓말로 다른 사람에게 진실이라고 믿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덮어버리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만약 인간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 즉 '자신을 모방시킨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자신을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이에서 비롯된 개념이 바로 밈(Meme)이다.


리처드 도킨스 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거론된 이 개념은, 간단히 말해 "사회/문화적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필자의 독자적인 해석이 상당히 섞여 있다.

밈은 인간의 지능에서 비롯된, 인간과 다른 생물체들의 번식 과정에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전술했듯 인간에게 있어 번식 행위란 그저 번식을 하기 위한 행위가 아닌 시대가 되었으며, 현대의 인간은 그 '자신을 퍼지게 할 욕구'를 이 정보화 시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추구하였다. 바로 밈이다.

인간은 수많은 정보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대와 같은 정보 과포화 시대에는 정보에 휩쓸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그리고 그 사람을 휩쓰는 정보는, 휘말린 사람의 생각 혹은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유명인이 입고 나온 복장이 유행해 거리에 나가면 같은 옷을 입고 나온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유명인은 '정보의 감염원', 사람들은 '정보의 감염자'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유명인이 입고 나온 옷 그 자체, 즉 사람을 휩쓴 정보를 '정보 감염체', 즉 밈이라 한다.

자신에 관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켜 또 다른 자신을 만들고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이 세상에서 남기는, 정보화 시대에 가장 알맞은 '번식'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는 이 개념이 너무나도 활약하기 쉬운 시대이다. 현대 인간은 정보의 편의성만 추구한 채 자신의 생각을 방기하고 그저 써 있는 것만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허상에 화내고, 울고, 그리고 웃는다. 마치 그것이 자신이 직접 겪은 것처럼 정보의 격류에 휩쓸려 마침내 그저 얇은 물줄기 하나가 된다.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그저 흘러만 간다. 밈은 소시민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그른 것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들은 그들의 밈을, 생각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 뿐이고 감염자가 되는 것은 오롯이 그를 목격한 당사자의 몫이다. 심지어는 그것이 보편적으로 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저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아를 완전히 포기한 채 누군가에게 의탁해버리는 것을 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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