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 2

등용문

by 스름

물고기들은 삶 내내 흐름을 타며 산다. 단순히 물의 흐름일 수도 있고, 어쩌면 거대한 먹이사슬의 흐름을 타면서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잘난 듯 이야기하지만 사실 필자도 물고기들의 삶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찾아보려면 해양학자 분들을 찾아보거나,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것이 더 좋겠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물고기도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느냐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사실 별로 이상한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사람도 과호흡으로 죽을 수 있지 않은가?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다. 호흡을 너무 적게 하면 죽듯이 너무 많이 해도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의 호흡은 들숨과 날숨으로 나뉘어 있는데, 폐에는 일정량의 산소가 보급되어야 하며 호흡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한다. 폐는 이와 관련된 두 가지의 조건을 항상 만족하고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다.

1. 폐에 항상 일정 산소가 보급되어야 하며

2.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제때 내보내야 한다.

호흡이 부족하다면 일정한 산소량을 유지하지 못해 사람이 죽게 되고, 호흡이 많다면 너무 많은 호흡을 통해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제때 내보내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호흡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정말 무서운 일로, 호흡만 하는 것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며-혹은 운동 후의 격한 호흡만으로 사람이 그대로 세상을 하직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을 하다 죽은 사람도 많지 않은가? 우리는 이렇게 두려움을 품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정말 다행인 것은, 위의 모든 설명이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그저 뇌에서 생각나는 대로 지껄인 근거 없는 소리라는 거다.


누군가는 저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었을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일축하겠지만, 한두 명이 믿기 시작하면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갈 위험성을 지니게 된다. 밈이 되는 것이다. 정보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자아를 그저 보이는 거짓된 정보에 의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정보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흐름을 타는 능력은 아직까지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런 의미로는 물의 흐름으로 죽는다는 상상 자체가 잘 가지 않는 물고기가 인간보다 어떤 의미에선 우월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뭐, 누구든 바다를 자유롭게 거니는 고래가 되고 싶지 않겠나, 누구든 바람 사이를 스쳐 지나는 독수리가 되고 싶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을 할 정도로 머리가 굳어져 있었을 때는 이미 세상에는 물도 바람도 너무나도 많아 도저히 당신의 날개를 어디에 펼쳐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게 되어 버렸다. 저마다 자신의 날개를 펼치겠다고, 혹은 다른 누군가를 방해하기 위해 저마다의 물과 바람을 끊임없이 토해낸다. 그러면 어쩌겠나, 누군가의 뒤를 따라가야지. 그러는 동안 나는 몸통을 잃고, 날개를 잃고, 마침내 자신마저 잃고 앞을 나아가는 커다란 퍼덕임에서 생겨나는 아지랑이가 되어 있었다.

정보는 너무나 많고, 인간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흐름을 타는 것은 어렵다. 필자도 인간이기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수십, 수백 번을 사유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 자체가 인간이라는 종의 옳은 진화 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생각이 난다. 만약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의식 수준이 지금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졌을까?

옳은 흐름을 타고, 가시밭길을 넘고 절벽을 건너 마침내 폭포 저 너머로 도달해 용이 될 수 있었을까?

오늘도 그저 분노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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