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호러 판타지 <귀신 잡느라 조퇴합니다>
인생에 가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건축'에서 '문예창작'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했던 게 그랬고,
사장이 절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내가 '창업'을 한 게 그랬고,
그리고 바로 어제 '아마존에 출간'하게 된 게 그렇다.
아마존에 책을 출간하는 건, 나와는 아주 먼~ 일로 여겨졌는데,
그.일.이.일.어.났.다!
이 시점에서 일단 소리 한번 질러주고~
예에에에에에에에!
출간한 링크도 한번 찍어주고!
https://www.amazon.com/dp/B0FLPB4TWR
자, 그럼 아마존 출간기 썰 시작!
발단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였다.
올초부터 함께 일하게 된 시애틀에 거주하는 파트너 헤일리의 콜.
"수량님, 수량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봤어요? 넷플릭스에서 그저께 오픈했는데, 한국적 소재를 애니로 너무 잘 풀어냈더라고요! 그닥 큰 기대없이 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지금 넷플릭스 1위라고 하더라고요! 유튜브 소개 링크 드려볼 테니, 한번 봐보셔요~"
오오, 그래?
대체 어떻길래 1위까지 했다는 거지?
게다가 demon hunters 그러니까 퇴마사라니,
<귀신 잡느라 연차 씁니다>(이하 귀잡연)로 한국 귀신/괴물 좀 공부했다는 나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구선 애니를 보는데 와~~~ 말잇못
놀라웠던 건 이렇게까지 한국적이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국적이라는 거였다.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했다고 해도 믿었을 듯 ㅋ)
그럼에도 그림체나 호쾌한 액션, K-POP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와 심플하고 핵심적인 서사 라인이 서구인 맞춤용으로 너무 잘 만들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 출판사의 작품 <귀잡연>이 떠오른 거다.
와, <귀잡연> 홍보할 때 차세대 K-스토리는 '귀신' 판타지라고 했었는데,
그게 올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터지는구나.
가만, <케데헌>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귀신/퇴마 이런 거에 입맛을 본 상태잖아?
그럼 당연히 유사한 작품을 찾겠지?
지금이 바로 <귀신 잡느라 연차 씁니다>가 해외 진출하기에 적기 아닐까?
<케데헌>처럼 서사를 단순화하고, 타깃도 영어덜트로 낮추서 각색해 내보내보면 어떨까?
생각의 흐름이 요렇게 진행되었고, 당장 헤일리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 역시 너무 재미있겠다고 하여, 두둥! 아마존 출간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출간 작업을 위한 순서를 얘기해보면, 크게 아래 6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원고 작성
2. 영어 번역
3. 표지 제작
4. 책 소개 및 작가 소개글 작성
5. 아마존에 출간 신청
6. 홍보마케팅
아마존 출간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고 작업!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우선 원고가 있어야 삶아 먹든 구워 먹든 뭘 해볼 건덕지가 있다!
문제는 <귀잡연>이 무려 274화에 달하는 내용이라는 거!
그러니까 이 장대한 세계관을 팍팍!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파트너와 함께 각색의 방향부터 잡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귀잡연>이 에피소드별로 구성돼서 하나의 에피소드만 빠르게 작업해 해외시장 반응을 보는 게 가능하다는 것!
1. 기획 의도
-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 북미 독자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웹소설 각색
- 10대 청소년으로 타깃 연령 변경
- 플롯 단순화, 주인공들의 모험과 성장에 초점
- 웹툰 혹은 영상화에 적합하도록 각색
2. 각색 방향
장르 및 톤앤매너 조정
- 장르는 영어덜트 + 하이틴 로맨스 강화
- 톤앤매너는 원작의 비극/비장함을 좀 덜어내고, 유쾌한 히어로물 느낌을 살리는 방향
- 세계관 혹은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성보다 매 시즌마다 등장하는 귀신 스토리 및 그 해결 방향에 초점
- 영어덜트 소설답게 동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팀플레이를 강조 (ex. 해리포터/스파이더맨 3인방)
- 유쾌 + 호러의 적절한 밸런스가 핵심 (유쾌 70%, 호러 30%)
- 인물 이름이나 지명은 영어 발음이 어렵지 않도록 변경 필요
레퍼런스 작품들
- 해리포터/스파이더맨/나니아연대기/트와일라잇/XO Kitty/악귀/단다단
문화적 현지화 포인트 (언어, 관습, 배경 등)
- 주인공이 영어를 씀. AI를 통해서 동시통역이 가능하다는 설정
- 외국인 독자들의 몰입을 돕기 위해 주인공인 사라 역시 한국의 문화가 낯설고, 배워나가는 설정
- AI를 통해 외국 독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내용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게 됨
- 미국 10대들이 쓰는 슬랭이나 줄임말 등을 적극 활용
3. 세계관 설정
1) 대한민국/산라(Sanra)
- 미국과 대한민국 근미래 배경. AI 기술이 진보한 상황
- 산라국은 판타지 평행 세계. 신, 귀신, 인간이 섞여 살고 있으며, 산라국은 사방신 중 백호를 모시는 나라
2) 악귀들
- 백호신이 사라지자, 봉인/결계가 풀려 힘을 얻은 악귀들. 약해진 백호신을 먹으면 강력한 악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백호신의 힘을 얻으려 함. 백호신의 흔적을 따라 대한민국, 현실 세계로 넘어옴.
- 백호신의 힘을 가진 주인공을 잡아 먹으려 함
- 여주인공은 악귀들과의 전투를 치르고, 악귀들의 사연을 듣고 해결해주는 전개 과정으로 진행
3) 첨단기술
- AI 디바이스가 일상화된 근미래. 하지만 SF 느낌이 과하게 나지 않도록 설정
- 현재 있는 기술에 판타지가 섞여서 좀 더 진보된 느낌 정도로
4) AI Wearable Device / AI software name, DA:DI
- 디바이스 이름을 따로 붙이기보다 심플하게 AI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칭하고(스마트워치라고 부르는 것처럼), AI assistant의 이름을 위트있게 주는 방향
- 주인공의 아빠(천재 프로그래머)가 딸이 마사랑의 힘을 이어받을 것을 알고 제작해 놓음
- 아빠가 만들었기 때문에 AI 성격이 마치 아빠처럼 잔소리와 군소리가 심함 (유머 포인트)
4. 인물 설정
1) 주인공 사라 (Sarah)
- 뉴욕에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녀, 고1
- 너드. 조용한 성격이지만 필요할 때 할 말은 하는 당당한 모습도 있음. 기본적으로 선하고 책임감있는 성격.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침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주변 친구들에게 괴롭힘 아닌 괴롭힘을 당했음
- 아빠 서재에 있는 한국의 괴담집을 종종 읽곤 했음
- 할머니의 장례식 + 엄마 업무 때문에 한국으로 오게 됨
- 한국 국제 학교로 임시 전학을 가게 됨. 주변 친구들도 영어를 쓰는 설정
- 할머니 장례식 이후(티구란을 이어 받은 후) 학교에서 자꾸 선생님들/친구들에 붙어 있는 귀신들을 보게 됨
- 같은 반 차민우와의 썸. 어린아이에서 점점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는 청염과의 미묘한 썸. 삼각관계 느낌?
- 사라의 아빠는 개발자, 차민우의 아빠는 경영자로 스타트업을 차렸고, 아빠가 돌아가신 후 그 친구는 재벌이 되었음. 차민우 집안은 국제학교에 엄청난 후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차민우의 입지가 매우 큼
2) 주인공 아빠 (이한)
- 천재 프로그래머. 유명한 미국 공대 출신
- 4년 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심. 아빠의 작업실은 그대로 남겨져 있음
- 어머니 마사랑의 힘을 이어 받을 딸을 위해, 딸의 여정을 도울 수 있는 AI assistant 구축해 둠
- 아무나 열 수 없음. 방울이나 무속 아이템을 통해 시스템이 구동되게 설정.
3) 주인공 엄마 (박선아)
- 업무 상 한국으로 돌아가 몇 년 머무르게 됨
- 일이 바빠서(남편이 죽고나서 혼자 일해야 하니) 딸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움
- 남편의 가족들이 어딘가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자세한 내막은 모름
- 본능적으로 사라가 친가쪽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함. 딸을 과보호하고, 친가와 관련된 것에 과민반응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느낌
4) 주인공 친할머니 (신녀 마사랑, Sarang Mah / Nickname: Grams)
-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아가시게 됨. 초반에는 밝혀지지 않지만 최종 빌런 악귀한테 당한 느낌? 추후에 할머니를 죽인 악귀 에피소드 같은 것을 추가할 수 있음.
- 친할머니의 장례식에서 티구란을 처음 만나게 되고, 주인공 각성의 시작.
- 원래 산라국의 신녀였으나 티구란을 구하기 위해 그의 힘을 몸에 담은 채 대한민국으로 도망. 자신이 죽을 것을 대비해 결혼 후 후손을 만들고, 티구란의 힘을 물려주게 됨.
- 오직 여성만이 힘을 물려받을 수 있고, 손녀인 사라가 그 힘을 물려받게 됨.
5) 산라의 수호신, 티구란 (Tiguran)
- 산라에 나타난 빌런 때문에 백호신 티구란의 힘이 약해졌고, 살아남기 위해 신녀 마사랑(주인공 할머니)의 몸 속으로 들어가 대한민국으로 도망침
- 티구란의 힘은 마사랑의 몸 안에 봉인되고, 마사랑이 죽자 그녀의 손녀에게로 이동함
- 그의 힘은 아직 온전치 않기 때문에 현실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어린 아이의 모습
- 전투 중 각성하면 실제 백호로 변신 가능하고, 호랑이 특유의 물리 공격 가능
-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힘을 서서히 되찾게 되는데, 그때마다 점점 성체로 변하게 됨
- 티구란은 맑은 불꽃이라는 뜻의 ‘Blue Flame of Purity’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삿된 것을 ‘정화’하는 힘을 지님. 즉, 귀신들을 물리치는 ‘퇴마’에 아주 적절
- 티구란에게 사라는 손녀/손자같은 느낌.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할아버지 같은 말투로 재미를 줌
6) 차민우
- 잘생기고 돈많고 싸가지 빼고 다 갖춘 완벽남
- 나름 첫사랑인 여주인공만 바라보는 순애남
- 귀신 쫓는 인간부적. 사라와 계속 붙어다니게 되는 요인
- 아빠가 귀신을 보기 시작해 사라의 할머니의 신제자로 들어갔었음. 아빠를 매우 싫어함
요렇게 헤일리와 함께 기획 방향을 정하고, 원고 작성!
각색은 헤일리가 키를 잡고, 나는 함께 아이데이션 하고 피드백을 주는 편집자의 역할을 맡았다.
그럼 원고가 한번에 나왔냐?
세상에, 그럴 리가요?? ㅋㅋㅋ
(참 이게 세상에 법칙인가 싶네... 먼산)
초고 쓰고 수정하는 거야 당연한데,
한 번 수정하고 나서 우리 헤일리님이 작업에 도무지 속도가 안 나는 거다.
일이 속도가 안 나면 반드시 '진정한' 이유가 있다.
이 일이 처음 하는 거라서, 일 자체가 어려워서,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생겨서 등등 온갖 '타당한' 이유들이 있지만, 사실은 '진짜' 이유가 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눠 보니,
원작의 장대한 세계관 대폭 단순화했음에도 여전히 복잡하다! 그래서 갈 길을 잃었다!
요렇게 된 거였다.
원래 원작은 시즌 별로 현실-판타지 세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귀신을 잡는 내용인데,
아마존 첫 출간작에서는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기로 했다!
현실 세계 국제고로 배경을 통일해서 대폭 2차 수정!
그러고 드디어 한글로 4만자 분량의 원고가 나왔다. (약 한달 소요)
한번 더 박수! 예에에에에에!
그리고 요걸 AI를 통해서 1차 영어 번역한 후,
우리 헤일리가 2차로 검수해 영어 표현을 다듬어 원고 완성!
이렇게 둘이서 나름 긴 여정을 거쳤지만, 이제 출간 6단계 중에 2개 완료
(또다시 먼산... ㅎ)
1. 원고 작성 (완료)
2. 영어 번역 (완료)
3. 표지 제작
4. 책 소개 및 작가 소개글 작성
5. 아마존에 출간 신청
6. 홍보마케팅
자, 그럼 다음 편에는 표지 제작과 책 소개 및 작가 소개글 작성, 요거를 다뤄볼게요.
혹, 나 영어 좀 한다! 하시는 분들은
아마존(킨들 언리미티드)으로 한번 가주시고요~
여고생 고스트 헌터물!
<I hunt ghosts after school> 보러가기
날도 더운데 원작이 궁금하신 분은
그럼 다음 글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