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제는 나의 보호가 필요해진 우리의 부모님께

by 살가중

올해 생신이 지나면 만 65세가 되시는 아빠는 나름대로 신세대다.


대학교 통학버스 기사를 하시는 덕분인지, 학생들을 통해 인스타그램하는 방법, 페이스북 하는 방법 등을 배워서 나의 게시물에 꾸준히 하트를 날리는 열성 구독자다.

필요한 물건도 오프라인보다는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구매한다.


아빠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통화를 한다. 한 주가 지나도 전화를 드리지 않으면 서운한 티를 내며 전화를 하신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대에는 종종 영상통화도 온다.

아빠는 100m밖에서도 들릴 것 같은 요란한 트로트 음악으로 벨소리를 지정해놓으셨다. 덕분에 전화를 했을 때 부재중인 경우도 거의 없고, 혹여나 전화를 받지 못해도 콜백 확률이 100%에 가깝다.

그런 아빠가 어제부터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두세 번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고, 콜백도 오지 않았다.


'많이 바쁜가 보네'하곤 나도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났고 오늘 아이들을 모두 등교, 등원시키고 집안일을 하며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에서는 김현철의 '아빠와 함께 왈츠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아주 어린 갓난아기 때부터 '아빠 껌딱지'로 이름을 날렸다. 그 시대로선 다소 늦은 나이에 첫 딸인 나를 얻은 아빠는 어딜 가든 나를 품 속에 넣고 다녔다.

아기띠도 없던 시절, 점퍼 속에 나를 쏙 넣어 안고 다니면 나는 아빠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를, 아직도 외할머니는 보실 때마다 "아이구, 아빠 품에 거무(거미)처럼 붙어있던 게"라고 하신다.

그렇게 커서일까? 내가 딸이라서일까? 아니면 이제 진짜 나만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 때문일까?

이 '아빠와 함께 왈츠를'은 들을 때마다 뭉클하는 감정이 일어나곤 한다.


괜스레 아침부터 감성에 젖어 아빠에게 카톡으로 '아빠와 함께 왈츠를'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내곤 낯간지러운 코멘트도 함께 날렸다.


하지만 카톡에선 한참 동안 '읽음'을 뜻하는 숫자 1도 사라지지 않았고,

아빠에게선 답장도 콜백도 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딸의 연락을 기다리다 못해 며칠만에 한번씩 연락하면 서운한 소리를 하며 칼답하는 아빠인데...

나갈 준비를 하며 머리를 말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빠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다.


역시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빠는 평소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몇십 년째 약을 복용하고 계신다.

'지금 당장 차를 끌고 아빠네 집으로 가봐야 하나?'

'경찰한테 연락해서 아빠네 집을 방문해달라고 할까?'

'고모와 삼촌들이 있는 친가 단톡방에 어제오늘 아빠와 연락하신 분이 있느냐고 물어볼까?'


이번에 전화 연결이 안 되면 진짜 아빠네로 가봐야지 하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연결했는데 그제야 아빠와 연결이 된다.


"아빠!! 어제부터 왜 이렇게 전화가 안돼~ 걱정 많이 했잖아! 아빠 이제 할아버지라서 전화 안되면 걱정되는 나이라구~~!"


전화 연결이 되자마자 아빠에게 쏟아내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아빠가 웃으며 대답한다.

"아이구 그랬어? 어제부터 차 고치러 나와있느라고 바빠서 못 받았네~ 미안해~"


그제야 마음이 놓인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잔소리를 쏟아 낸다.


"아휴 아빠 이제 전화 안되면 집에서 혼자 넘어져서 못 일어나나 싶어진다구! 경찰 불러서 집 가봐야 되는지 알았잖아~~"


내 말에 아빠는 멋쩍은 듯 그러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듯 웃으며 대답한다.


이제 아빠는 딸의 보호와, 관심과, 걱정이 필요한 나이가 되셨다.

여전히 아빠는 나의 커다란 울타리이자 비빌 언덕이지만, 내가 마냥 받기만 할 수 있는 나이는 진작에 지났다.

이젠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