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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생활비를 관리하고 1년여가 지났는데,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구멍이 자꾸만 생겨난다.
남편은 속옷 한 장도 더 사지 않는 사람이고, 나는 아이들 식비까지 줄여가며 생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리스트를 만들어 지출내역을 뽑아보니, 고정비만해도 이미 월급여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당신이 적게 벌어서가 아니야.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 그래..."
우리 세대에 양가의 지원없이 시작한 부부는 대출없이 살아갈 수 없다.
대출도 능력이라지만, 그렇게 웃어넘기기엔 미친듯이 오른 금리가 등골을 휘게 한다.
그래! 나도 이제 일하는 엄마로 살아야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벼랑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이력서를 냈다.
이른 결혼과 출산.
경력이라고는 대학생때나 해보았던 인턴, 간간히 해오던 계약직 재택업무
이런 초라한 이력으로 어떤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남편이 전적으로 육아를 하거나,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쓸 여력도 되지 않으므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근무시간과 근무지도 아주 한정적이다.
우선 그 범위 안에서 가능한 많은 곳에 이력서를 뿌렸다.
직종, 업태, 하는 업무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가까워서 아이들 픽업이 좋고, 유치원과 학교에 아이들이 있을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설거지부터 주방보조, 낮시간 홀서빙과 카페, 사무보조, 헬스장 인포메이션 데스크, 매장 판매직과 영업직까지 가리지 않고 들이밀었다.
'일'을 하고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돈'을 벌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다보니
지난 며칠이 몸서리쳐지게 힘겨웠다.
하루하루를 연명한다는 느낌으로 살아가야 했고,
생계에 내몰려 아이들을 케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게 두려웠다.
이력서를 냈던 몇 군데에서 면접 제의가 왔고, 며칠간 위장장애를 달고 다니며 면접을 보았다.
운좋게도 집에서 가깝고 근무시간이 오후 5시까지인 곳에 일을 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치원에 물어보니.. 5시반에 하원을 하러 가면 우리 아이만 혼자 남아있을거라고 한다.
원에서는 6시까지 정규보육 시간이므로 얼마든지 맡아주신다고 하지만,
홀로 남아 교구를 뒤적거리고 있을 아이 생각에 가슴 한켠이 욱신욱신하다.
"나 다음주부터 출근하게 됐어!"
내 이야기를 들은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아이는 어쩌고?"를 묻는다.
나는 "원에서 5시반까지 맡아주니까 내가 5시에 칼퇴하고 데리러 갈거야"라고 말한다.
"아직 엄마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인데.." 나와 아이를 우려하는 말을 한마디씩 건넨다.
대답할 때마다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다.
한 친구만이 나에게
"그래? 시간 너무 좋다. 5시반? 괜찮아~ 오히려 혼자 있으면 이것저것 하면서 잘 놀거야.
**이(내 딸)는 걱정할게 없지 뭐~"라고 말해준다.
그 순간, 내가 정말 이 말을 듣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나를 생각해서 걱정해준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가 진짜로 원했던건 격려와 응원이었다.
괜찮다. 다들 그렇게 산다. 아이들이 잘 해낼것이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내 앞에, 우리 아이들 앞에, 나의 가족 앞에 놓여진 커다란 변화의 순간이다.
아직 두렵고 걱정되지만.. 내가 나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해야겠다.
"괜찮아. 나는 잘 해왔고 잘 할 수 있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