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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Apr 15. 2024

아름다운의 기운의 라이프 타임은

2024.4.14 vs. 김포 @수원월드컵경기장


달콤한 시간은 언제나 짧은 것인가. 그럴 줄 알고 벚꽃이 만개했을 때 허겁지겁 조바심을 내며 그 시간을 즐겼는데 어느덧 봄은 사라진 듯하다. 빅버드 주변에는 긴팔을 입은 사람보다 반팔을 입은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적당히 더운 이 계절이 나는 좋다. 날씨만 좋아도 어느 곳에서든 승리감을 느낀다.


언제부턴가 구단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으로 작은 기념품들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다. 오늘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된 장소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스티커를 하나 받았다. 무료 나눔을 위해 비용을 감수하고 디자인을 고민하는 행위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것을 거침없이 실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하기 어렵다. 한 구단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감동적이다. 어쨌든 특별한 이 부적은 이번 경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효력을 발휘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직사광선이 뜨거워서 E석의 개방된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땀을 흘려야 했을 텐데도 짜증 난 표정을 짓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팀의 결과들이 괜찮다는 것과 오늘도 기대감을 채워줄 거라는 희망이 그 모든 장애물들을 하찮게 만들어 버린다.


더 놀라웠던 건 소수의 김포 FC 팬들에게서는 비장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N석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였지만 주파수를 정확히 일치시킨 그들의 목소리는 경기장 어디에서도 들릴만큼 크고 웅장했다. 그건 마음의 데시벨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 경기 한 판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두 서포터들 간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경기가 시작되었으나 수원의 선제골이 이른 타임에 터졌다. 눈앞에 손석용이 가까이 있어서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움직임이 빠르고 좋다 싶더니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성공시킨다. 세리모니를 자제하는 걸 보고서 이 선수가 김포에서 이적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김보경, 김현의 센스 있는 패스플레이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과정도 결과도 완벽했다.


이후에도 수원은 골망을 두 차례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김주찬의 찬스는 좀 아까웠다. 라인을 이미 넘은 상태라 카즈키가 마무리하도록 놔둬야 했다. 김현도 결정적인 찬스에서 슈팅이 정확하지 못했다. 골문 앞에서 얼마나 침착할 수 있느냐가 공격수의 자질일 것 같다. 김주찬,  김현 모두 그때의 장면들을 복기하기를 바란다. 전반전은 실점 없이 끝났지만 김포의 공격도 매서웠다. 양형모가 아니었다면 두세 골쯤 먹었을 것이다. 항상 우리의 캡틴에게 감사해한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김포의 공격이 더 매섭게 몰아치더니 기어코 한 골을 허용한다. 이때부터 기나긴 고문의 시간이 이어진다. 경기 종료가 임박해 올수록 전반전에 놓쳤던 기회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뮬리치가 들어오고 전진우도 들어온다. 카즈키도 김현도 전진우도 어이없는 골처리로 관중의 탄식을 이끌어낸다. 후반 추가시간은 11분이 주어졌다. 11분이면 무슨 일이든 생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고 오히려 김포의 역습으로 실점 위기가 몇 차례 있었다. 이렇게 끝날 것 같은 기분......


양형모가 중앙선 부근에서 찬 프리킥의 궤적이 보기 드물게 아름답다고 느꼈다. 수원 선수에 이어 김포 선수의 몸에 공이 닿자 공격권을 넘어주겠구나 생각하는 찰나 다시 수원의 공격이 이어졌고 김주찬의 프리킥이 전진우의 머리에 닿았다. 그 헤더 슛 자체가 너무도 일품이었고 김포의 키퍼 또한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그런데 그렇게 흘러나온 볼 앞에는 전진우가 있었고 골문 앞으로 힘껏 찔러준 공은 김포의 수비수를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극적인 극장골에 빅버드가 팝업 됐다!


매력적인 팬들처럼 점점 매력적인 축구단이 되어가는 이 팀, 이제 3연승이다. 수원은 4월에 치른 모든 경기를 이겼다. 이 기운이 벚꽃처럼 금세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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