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작가 승인 알림 문자를 받으니, 우선 내 직업이 생겼다는 기쁨이, 그리고 조금 지나니 무슨 글들을 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첫째 아이 수미(가명)가 시험기간이라 나의 책상을 내주고 지금 난 카페에서 '월가의 영웅'을 보고 있다. 요새 부쩍 돈 벌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성취감, 나의 존재의미를 얻고 싶은 게 그 이유였다.
직장 생활도 해봤지만, 전업주부만큼 성취감 없고 기 빨리는 직업도 없는 듯하다. 나에게는 그렇다.
누가 그러더군. 돈이 나를 따르지 않는 이유는, 내 무의식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돈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고, 돈은 그 무엇의 결과물, 수단이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돈이 아니므로 돈은 나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소통과 존재감, 인정욕구의 충족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에세이 하나를 썼는데 다 쓰고 나니 뿌듯하고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래서 더 확실히 인지했다. 내 마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돈 벌기도, 외모 꾸미기도, 요리도 아니라 글 쓰기였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이 작가였다.
그걸 본 엄마가 "그런 거 하면 밥 굶고 살아. 교대 가서 초등학교 선생이나 해라." 해서 "그럼 신문기자 되고 싶다"했더니, "기자 하면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고 힘들어. 교사나 공무원 해."
그 이후로는 어른들 앞에서 내 꿈을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내 삶은 무기력해졌다.
엄마의 바람대로 난 공무원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일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법 규정대로 집행하는 게 나에게는 힘들었다. 원칙주의자인 나는 그 일이 나에게 맞을 거라 여겼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정의 문화, 유교문화인 한국사회에선 법대로가 되지 않았다. 난 그곳에서 융통성 없는 무능한 인간이었다.
지금 글 쓰면서 스스로 놀랐다.
생각해 보니 난 엄마에 의해서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난 항상 글쓰기를 간간히 즐겼고 글쟁이들이 모이는 곳 근처에 항상 있었다. 대학 때에도 학보사에 들어갔었군. 하지만 한 달 정도 그곳 생활을 해보니, 그 일을 몰입해서 할 처지가 못되었다. 용돈, 학비를 벌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늘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는데 시간이 안되었다.
자존심 때문에 편집장한테 변명했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만두겠다고.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 하고 싶은 게 글쓰기였는데.
세상 참 좋아졌다.
이렇게 글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말이다. 라테는 말이야. 신춘문예에 당선되어야 책도 낼 수 있었는데. 진입장벽이 높았단 말이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보면 나의 엄마는 선견지명이 참으로 없었구나.
요즘 공무원 인기는 시들하고 너도 나도 작가라면서 책들을 내는데. 작가는 밥 굶고 사는 게 아니라 강연, 사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꿀직업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