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음악 앨범에 내 사연이 나왔다

아름다운 당신에게...

by ksen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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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어느 겨울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석훈 씨가 드라마의 성공에 연이어 기독교 방송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프로그램의 디제이로 발탁이 되었다.

우리는 그 시간만 되면 라디오 스피커에 바짝 다가가 팬심의 마음으로 방송을 듣곤 했다, 간간히 각자의 신청곡이 라디오에 석훈 씨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 나올 때는 서로 다른 곳에서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어느 날 프로그램의 특별 코너로 마련된 나만의 음악 앨범 이 만들어졌고, 각자의 추억에 얽힌 영화에 클래식 음악 세 곡을 선정해서 보내는 것이었는데, 너무 운 좋게 내 사연이 뽑히게 되어 내가 선정한 클래식 3곡과 함께 나의 사연이 30분 동안 전파를 타게 되었다.


온전하게 그 30분은 나를 위한 나만의 음악 앨범이었다.

부드럽고 명쾌한 석훈 씨의 목소리로 나의 사연이 하나하나 읽히면 음악이 나가는 중간중간 나는 벅찬 가슴을 가눌 길이 없어 축구공 마냥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 같았다.

나의 사연이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석훈 씨의 목소리로 1분도 아닌 30분을 오로지 나만의 시간으로 채워진 것이다.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3편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은 낭만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었고 , 나에게도 특별한 과거로의 추억을 생각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을 안겨줬다.


내가 첫 번째로 선곡한 곡은 영화 해바라기의 러브 테마 헨리 만시니의 로스 오브 러브이다.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로서 그 당시 소련은 상상을 초월하기 힘든 사상자를 낸 비극적인 역사이기도 했다. 2차 대전의 패전국이기도 한 이탈리아가 전쟁에 참여하면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의 비극이 시작된다. 전쟁 발발 이후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남자는 시베리아행 열차를 타고 전쟁터로 나간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와야 할 남편이 돌아오지를 앉자 아내는 시베리아행 열차를 타고 남편을 찾아 나선다.

드디어 남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을 찾아가 보지만, 이미 남편은 다른 아내와 아이를 두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눈 앞에 두고 다시 되돌아가는 아내... 그 뒤를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잃어버린 사랑의 슬픔을 삭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아내의 처지를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

고향의 향수를 그리워하면서 다시 돌아온 남편과의 해후는 , 이젠 각자의 가정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마지막 이별을 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 밭과 소피아 로랜의 복잡한 심정이 흐르는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영화였다.


두 번째 영화 속의 음악은 시베리아의 이발사에서 후반부에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3악장

역시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시베리아 벌목 기계를 팔기 위해 계획적으로 러시아에 온, 미국 여인과 시베리아 행열 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러시아 사관후보생인 안드레이는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러시아 남자들이 좀 다혈질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안드레이의 직속상관인 래브라도 장군에게 접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안드레이를 이용하고, 그와는 달리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을 하는 러시아 사관후보생의 엇갈리는 사랑이야기가 광활한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남자는 여자의 배신에 뒤돌아서고, 여자는 뒤늦게 자신의 참 사랑을 깨닫고 남자를 찾아가지만, 남자의 마음은 이미 상처로 굳게 닫힌 상태로 서로는 헤어 진채로 살아간다. 그 사이의 서로의 혈육을 남겨놓고...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안드레이를 이용하여 장군에게 접근하는 그녀와는 달리, 순수하게 그녀 자채만으로 사랑하는 안드레아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가, 모차르트의 선율과 함께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이 영화는, 나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이다.

영하 40도가 웃도는 시베리아의 차가운 겨울바람은 6개월을 눈 속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단조로운 삶일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나의 소중한 청춘을 보낸 나의 추억이 오버랩되면서 그 겨울의 눈은 이미 내 안의 추억으로 스며들어 사르르 녹고 있었다.


세 번째 영화

시베리아 하면 떠오르는 이 영화, 메인 주제곡인 라라의 테마가 흐르면서 하얀 눈밭을 달리는 시베리아 열차와 끝없이 펼쳐지는 눈밭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이 러시아의 겨울을 상징하는 샤프카를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그 당시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배경으로 다소 정치적인 무거운 영화로, 구소련 체제에서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작가로도 유명한 닥터 지바고의 작가는 끝내 모스크바 외곽에서 병으로 쓸쓸하게 사라져 간다. 그 자신이 쓴 소설보다 자신의 삶이 더 극적이다.

군의관인 지바고와 운명적인 만남으로 계속된 인연으로 만남을 이어가게 되지만 , 당시 러시아의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복되는 헤어짐 속에 결국 지바고의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설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그 차가운 느낌들은 나를 다시 러시아로 되돌아가게 만들어 주고, 소중한 추억들을 그리움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나서 상품이 주어졌는데,

석훈 씨의 소개와 함께 스테인리스 냄비세트를 집으로 보내준다고 하였다. 낭만적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품이 참 뜬금없다. ㅎㅎㅎ 그 당시 나는 미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친정으로 보내진 그 선물 세트는, 기념이라고 엄마가 박스는 채 뜯지도 않은 채 고이 간직하고 계셨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엄마는 그 냄비들은 너에게 기념인데 무거워도 가져가라고 해서, 지금 그 냄비들은 석훈 냄비 세트라 이름 지어져 , 아직도 우리 집 부엌에서 쓰이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것도 석훈 씨 덕분에 인생의 한 장면을 행복감으로 물들일 수 있어서 또 한 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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