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배우 김석훈을 기억하며..
그에게 감사의 인사와 안부를 전한다.
어린아이들 셋을 쪼르륵 재우고 나니 허무감이 밀려왔다. 내 주변엔 아무도 없다. 아이들의 육아로 인한 육체적인 피곤함과 함께 어딘지 모르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듯한 나의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 그로 인한 우울감으로 하루하루가 무미건조하고 초점 없는 눈빛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지금의 나를 여지없이 드러내 놓고 있었다.
살아도 살아지지 않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메마른 감정은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았고 , 자는 아이들 모습에서 느껴져야 할 행복감보다는 짓누르는 책임감은 어깨에 돌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운 마음을 달고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여전히 난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무심코 틀어 놓은 유튜브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우연히 짤막 하게ㅠㅠ 나오던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인해 나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를 보자마자 그 여자의 발걸음에 맞춰 그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남자. 뒤돌아서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려는 여자를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달려가 붙잡는 이 남자, 그러나 말투는 여전히 자신의 속마음을 숨긴 채 여자에게 투덜댄다.
갑자기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장면을 찾아보니 가슴이 더 쿵했다. 비를 맞고 가방을 머리 위에 올리고 뛰어가려는 여자에게 말없이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며 여자를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긴다. 자신은 반대편 어깨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여자의 비를 막아주는 무심한듯한 속 깊은 이 남자의 행동..
예전의 우리들의 아날로그식 사랑 방법이 아닌가..
느린 듯 감질나지만 서서히 무르익어가는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사랑..
내가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 말라면서 자기가 왜 그런지 모르겠단다. 사랑인 것을..... 또 심쿵이다.
2011년 겨울,
나에게는 호감인 배우 김현주 씨가 나온다길래 무심코 유투 브로 한 장면을 본 것이 나에게 희망이 되어 주리라고는 그 순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장면 하나로 나에게는 새로운 기쁨이 생기고 나의 일상은 조그마한 희열로 무료했던
시간들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시대의 사랑방식인 아날로그적 느린듯한 답답한 사랑의 전개 방식이 내 눈에 들어오자 다른 장면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김석훈... 한 때 홍길동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던 미남의 정석인 이 배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조금은 피곤한 듯 한 모습으로 노총각의 어설프고 낯선 연애 감정을 연기하고 있었다.
내 인생 최고의 남자 배우 캐릭터.... 송승준....
말과 행동과는 다르게 남자의 눈과 마음은 한 여자의 시선에 고정되어 있지만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고리타분한 이 남자.. 그 서툴음이 나에게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어느덧 나는 본방사수를 하기 시작했고 이 배우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릴 적 시절에나 할 법한 집요함으로 소위 말하는 덕질이라는 것을 하며 마구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팬클럽도 들어가 보고 그곳에서 나와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 배우. 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더 멋있는 이 남자!! 어쩌면 좋을까....
육아의 피곤함에도 아랑곳 안 하고 밤을 새우기 일쑤였지만 어째 정신은 더 맑아지는 느낌이었고 서서히 내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뭐라고 참....
50부작이 넘는 주말드라마로 인해 드라마가 방영하는 동안 나는 기다림과 설렘으로 그 날만을 기다리게 되었고, 어느덧 나 자신도 모르게 그 힘든 날들을 시간의 흐름 속에 서서히 극복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의 힘은 실로 크다. 그 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힘 또한 말할 것도 없다.
화려했던 톱스타라서가 아니라 평범한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송승준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 준 김석훈이라는 배우 덕분에 나의 일상에도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오는 계기가 되어 준 것 또한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석훈 씨가 TV에 나오면 아들은 심각하게 나에게 물어본다
아빠가 좋아? 석훈이 아저씨가 좋아?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석훈이 아저씨라고 말한다.
너의 아빠가 가져다준 그 우울감에서 해방시켜준 나의 은인이라고는 차마 입 밖으로는 내뱉을 수가 없어서 가슴속으로만 삭히면서...
그 날의 석훈 씨의 위로로 나는 또 다른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고 감사했다고 꼭 나의 배우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의 배우가 오매불망 그리던 어여쁜 와이프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