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의 휴식을 끝으로 우리의 신혼여행은 끝이 났다, 신혼여행이라지만 다른 신혼부부들처럼 감미롭고 에로틱한 그런 여행이 아닌 조금은 터프한 여행이었지만, 솔직히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서는 더없이 좋은 여행이었다.
이제 결혼식만 남았다.
미국에서 시어머니가 될 분이 예비 아주버님과 같이 들어오셨다.
남편이 나와 사귈 당시 자신의 엄마 구박하지 말라고 했을 때 나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와 마주친 순간...
그 말이 무색하게 어머니는 보통의 포스가 아니었다.
완전 여장부 같은 포스에 그 기에 며느리한테 무시다 할 분이 절대로 아니었다.
근데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도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절대로 며느리한테 기죽어 살 분이 아닐 텐데.....
아마 자기 엄마와 내가 막상막하라고 생각을 했을까?
결혼식은 서울과 진주의 중간인 부산에서 하기로 결정을 하고 , 결혼식장을 알아보기로 했다.
결혼식장 역시 운이 좋았는지 바닷가가 보이는 해운대의 달맞이 고개에 식장비는 무료에 식사값만 받는 곳으로 정해졌다. 식당으로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그곳을 결혼식장으로 운영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시범으로 운영하는 시기에 식장비는 무료에 식사비만 받는 것이었다. 결혼식 당일날 진주에서는 버스를 대절해서 손님들을 태우고 왔다. 서울 쪽인 우리는 열차를 이용해서 다들 내려오셨다. 사실 부모님 고향이 이곳이라 부산에는 우리 쪽 친척들도 많았다. 나의 결혼식에 도움을 많이 주었던 나를 너무 이뻐했던 외숙모가 결혼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다.
해를 넘기기전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한 겨울의 바닷가에서 보이는 곳에서 혼기가 차고도 넘치는 두 남녀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인연이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결혼을 해서 그런지 이후 바닷가를 신물 나게 보고 살았다.
나는 이 남자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도 내가 어떤여자인지 잘 모를 것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미친척하고 지금 결혼을 한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내 인생을 담보로 말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나는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게 내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기도 전에 사랑을 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인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우리들의 감정은 거꾸로 가고 있다. 무모하지만 정답도 아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움직이는 이 거대한 감정의 물결을 잡아 둘 수가 있을까?
시작점이 다르다고 해서 끝이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살아보기 이전에는.....
나는 지금 시작한다. 나의 미지의 인생을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전날 밤에 오던 비가 그치고 날씨는 화창했다.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모든 것이 우리 편인 것 같았다.
남편보다 조금 더 들어 보이는 아버님은 마치 자신이 결혼하는 새신랑처럼 싱글벙글하였고, 식장이 떠나가라 대성통곡을 할 줄 알았던 나의 아버지는 하루 종일 싱글벙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언니가 결혼식 할 때는 성당이 떠나가라 울부짖던 나의 아버지가 왜 안 울지?
그 덕에 주저 앉아서 울 뻔한 나도 아버지 덕에 식장에서 우는 그 흔한 신부의 눈물을 연출하지 않아도 됐었다.
모든 것이 반대였다. 예측할 수 없는 나의 모든 주변이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신부의 아버진 울음 대신 함박웃음으로 딸의 결혼식을 마주했고, 그 눈물많은 딸 역시도 그 흔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식을 마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늦은 결혼치고는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나의 결혼으로 인하여 제2의 인생을 내딛는 순간은 정말로 축복 그 자체였다.
무모하게 시작한 결혼치고는 너무나도 완벽했던 나의 결혼식!!!
정석대로 서로 너무 사랑해서 결혼해도 그 결혼을 유지시키기도 힘든 것이 현실인데 남들의 눈에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한 나의 결정에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무를 수도 없는 결혼 결과가 어떻든지 한 번 결정을 했으면 끝이 어딘지 한 번 가 봐야 하지 않을까?
6개월의 환상적인 결혼 과정을 끝내고 나의 남편은 시어머님과 함께 나를 두고 미국으로 떠나갔다.
아! 이 홀가분함은 무엇일까?
남편은 있는데 내 옆에 없는 남편이 있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좋았다.
감정이라는 것이 이렇게 편안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힘든 그런 감정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서 더 편한 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