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셋, 운동 하나씩 가르치기 미션

토요일 새벽 탁구장에서 발견한, 복리처럼 자라는 배움의 비밀

by 김연수


토요일 아침 7시 40분.


아침부터 기운이 충만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우린 동네 탁구장으로 향했다. 고작 10분 거리인데도 우린 마치 근사한 여행이라도 떠나는 사람들처럼 시끌벅적했다.


8시, 탁구장 문을 열었다.

"오늘은 누가 먼저 칠래?"


남편이 라켓을 챙기며 묻자 첫째가 손을 번쩍 든다. 이미 익숙한 듯 둘째와 셋째는 각자 편한 곳에 자리를 잡고 집에서 챙겨 온 책을 펼친다. 한참 읽다가 바닥에 공이 많다 싶으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줍는다. 아빠가 힘들세라 옆에서 구령도 대신 붙여준다. "하나, 둘, 셋!"


탁구는 한동안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을 더해준 주말 루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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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30분으로는 어림없다

탁구 레슨은 주 2회, 한 번에 15분이었다.


코치님이 아무리 잘 가르쳐주셔도 그 시간만으로는 실력이 늘 리 없다. 학원에서 배운 걸로만 그치면 안 된다. 집에서도 반복하고, 또 생각할 수 있어야 실력이 는다.


실력이 늘어야 재미가 있다. 재미가 생기면 더 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마다 탁구장으로 향했다. 아이가 이 선순환의 사이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살짝 도와주는 것. 반복 연습할 수 있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게 우리 집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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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지났을 때 옆 테이블 어른들이 말을 걸어오셨다.

"얘들 실력이 일취월장이네요!"


보는 어른들마다 아이들을 칭찬해 주셨다.

비슷한 시간대에 오시는 분들이라 아이들이 느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칭찬을 들으니 더 신나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듯했다.


"나는 뭐든지 금방 잘 배워!"


아이가 자기 자신을 '잘 배우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건, 탁구 좀 잘 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가치였다



초보 시절이 너무 길면 재미가 없는 법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엄청난 실력이 아니었다.

그냥 '아, 내가 지난주보다 나아졌네' 하는 느낌.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하면 실력이 는다는 확신.

그리고 작은 성취감.


누구를 이기거나, 누구보다 빠를 필요가 없었다.

그냥 어제보다 나아진 게 보인다고, 그게 멋지다고 말해줬다.




씨앗은 자기 속도로 자란다

탁구 이후로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걸 배웠다.


첫째는 음악 줄넘기를, 둘째는 축구와 배드민턴을 했다. 지금 첫째는 마라톤을 뛰고, 둘째는 대학에서 축구 클럽 활동을 한다. 줄넘기가 마라톤이 되고, 탁구가 배드민턴이 되고, 배드민턴이 다시 축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스크린샷 2025-10-25 093218.png 첫째는 80킬로를, 12시간 41분 동안, 고도 3003미터 상승, 트레일 러닝을 해냈다




스크린샷 2025-10-25 093129.png 운동도 꾸준히 하지만 고등학생 때 운동부 주장을 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막내는 운동보다 음악을 좋아했다. 아이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운동 종목 중 하나를 의도적으로 계속 권했다. 이왕이면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서 아주 잘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을 찾은 것이다.(예를 들어 농구부 같은 건 한 달 배워서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배우라고만 하지 않았다. 나도 (팔자에도 없을 줄 알았던 배드민턴을) 같이 배웠다. 틈틈이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아가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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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가르치되, 열을 알게 하려면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하나를 가르치되, 열을 알게 하라"는 말씀을 좋아한다.


아이가 셋인데, 부모에게 "하나씩 열 가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라고 했다면, 감히, 누가 아이 셋을 낳아서 키우려고 할까!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아이는 배우는 게 버겁고, 부모는 가르치느라 힘들다)


그럼 아예 안 가르치란 말인가?

아니다. 하나를 가르쳐서 열을 알게 하면 된다.


하나를 가르쳐서 하나만 알게 하는 법:

학원 보내고

진도 확인하고

남과 비교한다


하나를 가르쳐서 열을 알게 하는 법:

같이 시간 보내고,

과정을 나누고,

어제의 아이와 오늘의 아이를 비교한다


부모가 가르쳐야 할 건 배움의 원리다.


그 원리를 이해한 아이는 살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스스로 배워낸다. 적용하고, 확장한다. 잘 못해도 기꺼이 시작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자기에게 맞는 길을 만들어간다.


그 태도 하나가 전부다.





토요일 아침 탁구장에서 시작된 시간들.

그 시간은 지금도 아이들 안에서 자라고 있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투자 교훈: 학원비는 단리, 부모 시간은 복리, 함께 배운 태도는 레버리지. 가치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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