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외벽 사이팅 교체하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땀으로 세워지는 미국"
오늘 우리 집 외벽 사이딩을 교체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컨트렉터가 인부들을 데리고 와 하루 종일 소란스럽게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득 나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됐다.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건축현장, 도로공사, 조경, 빌딩청소, 잔디 깎기 등, 심지어 한국식당까지.
언제부턴가 이런 블루컬러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히스패닉 계열이라는 사실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밖에서는 스페인어로 주고받는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 순간 잠깐 , 여기가 미국인지, 남미의 어느 동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만큼 이 땅에서 몸으로 일하는 자리는 거의 히스패닉 사람들의 몫이 되어버린 듯하다.
백인도, 흑인도, 또한 동양인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본다.
어떻게 이 사람들은 미국에 와서 이런 일들을 도맡게 되었을까.
대부분이 남미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고,
아마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들어온 이들도 적지 않을 거다.
사실 그들 없이는 이 나라의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그림자에 머물러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늘 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민자 단속, 추방, 혐오의 시선 속에 어쩌면 오늘도 내일도
보장받지 못 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풍경 속에 그들의 두려움과 고된 삶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이 나라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누군가는 선위에, 누군가는 선 아래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대부분 블루컬러 노동은 히스패닉들에게 맡겨진 채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구조와 그 안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아메리칸드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그 꿈을 좇으며 피와 땀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집 외벽 사이딩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며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노동자들의 손길이야말로
이 나라의 벽을 세우고 도시를 만들며,
우리 삶의 틀을 조용히 지탱해 주는 진짜 주역임을 새삼 느꼈다.
그들의 땀방울과 두려움 속에 오래된 미국의 얼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됐다.
오늘의 미국은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땀 위에 세워지고 있다는 걸.
무더운 오늘.
난 그들에게 시원하게 마실 물을 건네며 오랜만에 장롱 속에 넣어둔 스페인어를 꺼내 연습했다.
Te quieres un poco de ag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