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도시, 부엉이의 밤

서로 기대어 사는 세상

by Susie 방글이

얼마 전, 미국 중동부 도시 St. Louis에 사는 딸이 밤늦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도심 속,

딸의 차 위에 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 룸메이트이자 베프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 신비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딸이 우리에게 보내준 것이다.


나도 그 사진을 보며 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높은 빌딩 숲, 끝없이 달리는 자동차들, 인공의 불빛으로 가득 찬 도시 한복판에

야생의 부엉이가 있다는 사실이 어딘지 모르게 뭉클하고 신기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우리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다.

수 없이 많은 동물과 식물,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지구다.

우리는 늘 세상의 주인이 자신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어쩌면 동물들의 시선에서 인간이란 존재야 말로 신기하고 낯선 존재일지 모른다.

우리가 부엉이를 보며 "어떻게 이런 도심 한복판에 부엉이가 있지?” 라며 놀라듯

'어떻게 저렇게 분주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있지?" 하고 생각할 수도.


생각해 보면 인간과 동물의 관계도 참 다양하다.

우리는 개, 고양이, 새 같은 동물들을 반려동물로 키우며 지낸다.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동물들이 사람의 손 안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이들은 인간이 꾸며놓은 공간 안에서 함께 지내며 , 인간의 방식에 맞춰 살아간다.

반면, 야생의 동물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그들 만의 방식으로 자연 속을 살아간다.

집에서 사람의 손에 자라는 개나 고양이에게 야생의 동물은 낯설고 신기할 것이고,

야생의 부엉이에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 동물은 또 얼마나 이상하고 신기한 존재일까.

이렇게 각자 다른 환경,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듯, 인간도 서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도시 한복판 빽빽한 아파트 속에서,

누군가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또 누군가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모두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환경과 방식,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다.

분명한 것은 야생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그리고

우리 인간이든 결국 이 지구 위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동물 없이 살아갈 수 없듯, 동물에게도 인간은 또 다른 방식의 존재로서 중요한 역할은 한다.

서로의 존재가 이 지구별의 균형을 이루고, 세상을 움직인다.


딸이 보내준 부엉이 사진 한 장이 그런 걸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지구라는 집에서 서로의 삶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음에 야생동물을 만나면 괜히 말을 걸어볼까 싶다.

"너도 이 지구촌 식구구나. 우리 서로 잘 부탁해".

그러면 녀석도 들은 듯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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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웬만하면 세차 한 번 하지! 부엉이 손님 맞이하기 미안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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