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삶의 대하여

하루하루 소확행

by Susie 방글이

문득문득, 삶에 대하여.


요즘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려고 적어본 것이었는데

쓰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들을 풀어내는 일이 재미있어졌다.

마치 머릿속 어딘가에 똬리를 틀고 숨어있던 것들이 조금씩 조용히 고개를 내미는 것 같다.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와인을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인생에 대한 얘기로 흘러갔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창가를 바라보며,

아점을 준비하고, 운동하고, 또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다 문득문득 드는 생각. 우리는 왜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라는 질문들을 한다.

남편도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고 했다. 어쩌면 모든 인간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가려 애쓰며,

때로는 이유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하고,

몸에 좋은 걸 챙겨 먹고,

사랑하며 살아가는지.

왜?

어쩌면 그 이유조차도 정해진 답이 없는 일일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부터 내가 좋아하는 손석구가 나오는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을 보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가면 함께 지내고 싶은 배우자를 선택해 다시 살아가는 내용의 판타지 이야기다.

물론 드라마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함과 위로가 참 좋았다.

그중에서도, 반려동물과 주인이 천국에서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났다.

우리에게도 함께하는 반려견이 있다.

아주 이쁜 녀석!

세상에 태어나 10년에서 15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

그들의 시간은 우리보다 빠르게 흐르지만, 남겨주는 사랑과 위로는 너무나 크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벌써부터 그립다.


나는 또 생각한다. 삶에 대해서.

존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다 보면 사람마다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그런 생각 속에서 우울함에 빠질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새로운 계기를 찾아 뭐가 시도를 할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 생각을 품고 나아가는 방식은 제각각인 거 같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오며 이런 깊은 생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딸이 내게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가끔 궁금해"!

장난처럼 이런 말을 나에게 던지곤 했다.

그렇다.

나는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헤쳐 나가기에 급급했다.

소위 미국에서 말하는 Rat Race. 빠져나갈 수 없는 좁은 트랙 속을 무한반복하며 달리는 삶.

어쩌다 보니 그 트랙에서 튕겨 나와 조금 삶이 느긋해지고 시간을 뒤돌아볼 여유가 생기니

비로소 이런 글쓰기 사치를 하게 된다.

생각들을 글도 적어나가며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위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결국 내가 깨달은 건, 나 역시 정확한 정답을 모른다는 것이다.

천국이 진짜 있는지, 죽은 후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지낼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이 됐든 간에 결국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

그게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작은 진리다.


물론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많지 않다.

없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것도 아니다.

그것이 내 삶의 가치나 행복을 정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결국은 내가 가진 환경 안에서, 주어진 오늘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게 내가 찾은 답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삶이라는 건 이런 문득문득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로 채워지고

때론 거부하고 또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이 결국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오로지 본능에만 충실한 네가 부러울 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