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치폴레를 만났을 때

치폴레 보울 vs 비빔밥

by Susie 방글이




2021년 12월, BTS는 미국 CBS의 The Late Late Show with James Corden에서 LA 거리 한복판 'Crosswalk Concert'를 마친 뒤 점심 메뉴로 치폴레 보울을 골랐다.


'BANGTAN BOMB'영상에서 멤버들은 치폴레를 처음 맛보며 "이거 너무 맛있다, 매일 먹고 싶다!"라며 귀여운 발음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이 한 끼는 점심 이상이었다. BTS의 선택은 치폴레를 전 세계 아미(ARMY)의 '먹고 싶은 리스트'에 올렸고, 한국 팬들 사이에선 "이거 비빔밥 아니야?"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정국이 치폴레를 한입 베어 물더니, "치… 콜레?"라며 순수한 발음을 내뱉는 순간, 평범한 점심은 곧바로 세계적 이벤트로 바뀌었다.


치폴레 본사가 트위터 계정명을 '치콜레'로 바꿔버리고, 팬들은 "정국이 치콜레라면 치폴레지"라며 열광했다. 그야말로 한 아이돌의 한 끼가 글로벌 브랜드까지 흔들어놓은 장면이었다.


2026년, 내년 초에 치폴레가 한국에 상륙한다. 1993년 덴버에서 시작한 이 패스트 캐주얼 식당은 신선한 재료와 "너 맘대로 골라" 방식으로 미국 내 3천 개 매장을 돌파했다.

오오... 우리가 한국에 있는 사이에 집 앞에 치폴레가 생겼네요.

우리도 자주 먹는 대표 메뉴인 치폴레 보울은 밥 위에 고기, 콩, 채소, 살사, 과카몰리를 층층이 쌓은 그릇. 얼핏 비빔밥과 닮았지만, 그 속은 완전히 다르다.


치폴레라는 이름 자체가 멕시코 고추 '치폴레(Chipotle)'에서 왔다. 불에 그을려 훈연한 할라피뇨 고추로, 멕시코 요리 특유의 매콤하면서도 깊은 향을 상징한다.


보울에 담긴 검은콩(black beans)과 핀토콩(pinto beans)은 멕시코 가정식의 단골손님이고, 옥수수 살사(corn salsa)와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리(guacamole)는 멕시코 전통이 현대 미국식으로 변주된 얼굴이다. 결국 치폴레는 멕시코 음식의 뿌리를 미국 패스트 캐주얼 문화에 맞게 재해석한 결과물인 셈이다.


치폴레 카운터에 서면 선택의 연속이다.


"White rice or brown rice?"(“흰밥이요, 아니면 현미밥이요?”)

"…uh, white rice, please." (“음… 흰밥이요.”)


"Black beans or pinto beans?" ("검은콩이요, 아니면 핀토콩이요?”)

"…umm… black beans." ("음… 검은콩이요.”)


"Chicken, beef, pork, or sofritas?" ("치킨, 소고기, 돼지고기, 아니면 소프리타스(두부 요리) 요?”)

"…chicken, please." (“치킨이요.")


그 후로도 야채, 소스, 치즈, 살사… 끝없는 선택지가 이어졌다. 마치 객관식 문제를 풀고 있는데 정답은 없는 시험 같다.

고를수록 배는 고파지는데, 뒤에 줄 선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다. 미국인들은 "나 오늘 핀토빈에 미디엄 살사로 갔어!"라며 자랑하지만, 한국인은 속으로 불안하다.


"화이트 라이스 골랐는데… 브라운이 더 나았을까?" 선택의 자유는 짜릿하지만, 책임과 후회가 뒤따른다.

치폴레 메뉴- 치킨, 소고기, 스테이크, 돼지고기 그리고 비건을 위한 야채와 두부
시작해 볼까요.. 밥 먼저 (저는 브라운 (현미) 라이스)와 치킨을 골랐어요.
끝없이 이어집니다. 담는 양을 보면서 좀 더 달라고 하면 줘요 ㅎㅎ
치킨 보리토 보울; 우리는 살사, 핫소스, 사워크림등을 따로 포장해 달라해요. (Sauce on the side) 근데 와서보니 과카몰리를 까먹었네요 ㅠ
테이아웃을 해와서 결국 양푼 비빔밥 같은 상황이 됐어요.

비빔밥은 정반대다. 시금치, 고사리, 당근, 버섯, 고기, 달걀, 고추장 한 숟가락, 참기름 두 방울. 이미 준비된 재료들이 그릇에 담겨 나온다. 선택은 필요 없다. 숟가락으로 휘리릭 섞으면 각기 빛나던 재료들이 한입에 어우러진다.


비빔밥은 ‘다 같이 잘 지내자’는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다. 고사리는 고사리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비벼 넣을 때 더욱 빛난다. 각 재료는 저마다의 색을 뽐내지만, 결국 조화가 주인공이 된다.

목멱산방 남산- 줄 서서 먹는 비빔밥집
우리 집 비빔밥 비주얼은 소박하지만 맛은 끝내줘요~(이제 비벼만 주면 행복 시작이에요)

치폴레와 비빔밥은 뼈대가 같다. 밥 + 토핑 + 소스 = 한 그릇. 하지만 메시지는 다르다. 치폴레는 “너만의 맛을 만들어”라고 외치고, 비빔밥은 "함께 섞여야 완성돼"라고 속삭인다. 이 차이는 음식 이상의 철학을 드러낸다.


치폴레는 개인의 선택으로 '나'를 증명하는 미국적 개성을, 비빔밥은 섞임으로 '우리'를 확인하는 한국적 조화를 상징한다.


BTS의 치폴레 먹방은 이 두 세계를 잇는 다리였다. 아미들은 치폴레 보울에 김치를 얹으며 "K-치폴레"를 상상했고, 해외 팬들은 비빔밥을 치폴레 스타일로 재해석해 SNS에 공유했다. BTS는 단순한 메뉴를 넘어 글로벌 식탁에서 문화를 융합시켰다.


만약 비빔밥이 치폴레의 자유를 입는다면? 'Build your own bibimbap' (원하는 대로 비빔밥 만들기) 레스토랑을 상상해 보자.


밥은 흰쌀, 잡곡, 콜리플라워 라이스. 고기는 불고기, 제육, 두부 강정. 소스는 고추장, 쌈장, 참깨 드레싱. 과카몰리 대신 김치 추가. 미국 푸드트럭과 한식당에서 이미 이런 시도가 시작됐다. 반대로, 치폴레가 한국에 오면? 한국인은 보울을 휘리릭 섞어버릴까, 아니면 선택의 자유를 탐험할까?


아마 반응은 극과 극일 것이다. 건강식과 커스터마이징을 즐기는 젊은 세대는 "힙하다"며 환영할 것이고, 중장년층은 "비빔밥인데 왜 이렇게 비싸지?"라며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결국 김치 살사, 불고기 토핑 같은 한국형 퓨전이 등장하며 두 세계가 또 다른 방식으로 섞일 가능성이 크다.


삶은 때론 치폴레 카운터처럼 선택의 미로에 우리를 세운다. 하지만 어떤 날은 비빔밥처럼 모든 걸 한 숟갈에 비벼버리는 단순한 평화가 필요하다.



참고 동영상:


https://youtu.be/pvtSCI6 uVOU? si=z0 iDCiiARaN9 MI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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