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브'를 산다

미리 꺼내 쓰는 행복

by Susie 방글이




출근 시간, 사람들이 하나둘 회사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아직 전날의 피로가 얼굴 여기저기에 얇게 남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소처럼 "굿모닝" 인사가 오간다.


그런데 목요일만큼은 조금 다르다. 그날이 되면, 늘 같은 사람이 같은 타이밍에 인사를 바꾼다."Good morning" 대신, 조금 더 들뜬 목소리로 인사한다.


"Happy Friday Eve." (행복한 금요일 이브입니다.")


금요일도 아닌데, 이미 주말 쪽에 발을 걸쳐놓은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인사를 한다.


처음엔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앞당겨 기뻐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귀에 걸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말을 기다리게 됐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기도 전에, 오늘도 그 말을 하겠지 하고 먼저 떠올리고, 실제로 그 인사를 들으면 괜히 하루가 덜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목요일, 나도 모르게 먼저 그 말을 꺼냈다. "Happy Friday Eve."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알았다. 이건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걸, 설명이 아니라 분위기라는 걸. 어떤 마음은 그렇게 사람 사이를 건너 다닌다.


그날 이후로 목요일은 조금 다른 날이 되었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남아 있고, 여전히 주말은 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이미 거의 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종종 도착한 순간보다 도착하기 직전을 더 좋아한다. 금요일보다 목요일이 더 가볍고,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그 전날 밤이 더 설레고, 새해 첫날보다 마지막 밤이 더 길게 기억에 남는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피크-엔드 규칙(Peak-End Rule)'에 따르면, 우리는 경험의 전체가 아니라 가장 강렬한 순간과 끝부분만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직전"의 순간은 아직 모든 것이 열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장 강렬한 기대가 머무는 지점이 된다.


그 감각은 여행을 준비할 때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도를 펼쳐놓고 동선을 짜고, 아직 가보지 않은 거리들을 상상하는 시간. 그 순간의 여행은 이미 완벽하다. 실제로 떠나기 전, 우리는 가장 이상적인 버전의 여행을 먼저 살아본다.


음식도 그렇다. 한 입 먹기 전, 접시 위에 놓인 모습을 바라보며 기대가 차오르는 그 짧은 순간. 아직 맛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 속 음식은 가장 맛있을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먹기 전에 사진을 찍는다. 이미 완성되기 전에, 가장 완성된 모습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이미 시작된 순간에는 늘 현실이 섞인다. 시간은 흘러가고, 기대는 구체적인 장면으로 바뀌면서 조금씩 무게를 가진다. 하지만 시작되기 전의 시간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다. 피로도 없고, 실망도 없고, 오직 가능성만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앞에서 조금 더 자유롭다. 실제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질 수 있는 상태에 머무는 것.


'아직-아닌(Not-Yet)'이라는 개념처럼, 우리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를 현재 안으로 끌어와 살아간다.


쉬는 날도 그렇다. 정작 그날이 되면 생각보다 조용히 흘러가지만, 더 오래 남는 건 늘 그 전날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이미 분주하고, 무엇을 할지 상상하며 그 시간을 먼저 살아버린다. 막상 도착한 휴일보다, 도착하기 전의 하루가 더 선명하게 남는 이유다.


우리는 늘 도착지보다 방향을 먼저 본다. 도착보다 오래 남는 건, 출발 전에 바라보던 그 방향들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으로 익숙한 이름, 포카혼타스(Pocahontas). 가본 적 없는데도 괜히 그곳을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 가고 있는 나의 상태인지도 모른다. 이미 가진 것보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바라보는 그 감각.


그래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앞에 두고 살아간다. 다음 일정, 다음 계절, 다음 기회. 그리고 그 직전의 시간에서 가장 오래 머문다.


중요한 건 도착이 아니라, 그 직전의 공기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간이, 이미 완성된 순간보다 더 오래 우리를 붙잡는다.


그래서 목요일 아침, 아직 커피도 다 마시지 못한 그 짧은 순간에 건네지는 한마디가 하루의 결을 바꾼다.


"Happy Friday Eve."


그 말은 인사이면서,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먼저 살아보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따라 하면서 하루를 잘 견디고, 조금 더 기대하게 된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하루가 아니라, 곧 도착할 시간을 향해서.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은 '완성'이 아니라 '직전'에 있다. 그리고 그 직전이, 생각보다 오래 우리를 데리고 간다.


우리는 도착보다, 이동 중에 더 많은 풍경을 기억한다.


목요일의 나는, 아직 오지 않은 금요일을 이미 조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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