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Soo Seo Jan 23. 2023

월 스트리트 생존기가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

뉴욕주민의 '디 앤서'


1. 저자 이야기


저자 뉴욕주민은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입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읽는 책들 중엔,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게 많네요. ^^;) 뉴욕주민은 미국 유학생의 신분으로 시작해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JP모건, 컨설팅펌 맥킨지를 거쳐 헤지펀드에서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로 일했습니다. 월스트리트 비즈니스 생태계의 꼭대기가 바로 헤지펀드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해당 업계에서 일하기도 어렵지만 또 자본주의 심장부에 있는 만큼 막대한 보상이 있다고 하네요. 물론 내부경쟁이나 견제가 치열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미국인들도 견디기 어려운 월스트리트 생태계의 정점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게 참 대단한데요. 그런 그녀만의 고군분투 생존기가 이 책의 상당한 재미인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그래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여의도 금융가에서 생존하며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월스트릿에서 외국인으로 당당히 살아남는 것도 모자라 퍼포먼스를 내고. 유망한 회사들로 점프업 하며 커리어를 척척 밟아 나간 모습이 여간해선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이쯤 되면 아마도 당연히 해외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사실 그녀는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나온 토종 국내파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민사고라는 좀 특별한(?) 고등학교를 나오긴 했습니다만,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것만은 아닙니다. 부모 잘 만나서 날 때부터 시민권을 받아 자연스럽게 바이링궈로 살아온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죠. 어쨌든 민사고를 졸업한 그녀는 바로 미국 대학으로 진학합니다. 그때부터는 유학생의 삶을 살게 되죠.




2. 생각보다 보수적인 월가의 이야기



책의 내용은 그녀가 어떻게 월스트리트까지 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월스트리트에서 생존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월스트리트가 상당히 보수적인 곳이라 여성 펀드매니저들이 흔치 않았다고 해요. 그녀는 그 흔치 않은 여성이면서 또 유색인종(그것도 아시안)이었으니 말하자면 2가지의 핸디캡을 동시에 가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다 보니 호텔에서 미팅이 진행될 때는 호텔 종업원으로 오해받아 미팅 장소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우린 커피 필요 없어요”라는 말로 그녀를 막았다나?ㅎㅎ 더 놀라운 건 사실 그녀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투자하는 소위 갑의 입장이었고 미팅 상대방은 본인회사에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이른바 을의 입장이었다는데 웃음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평등하고 유리 천장도 비교가 안될 만큼 적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그녀의 신분이 밝혀진 이후에도,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사람들이 ‘허니’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데요. 저는 좀 뜨악하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그렇게 부드럽게 대하면서 많은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모든 일엔 양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만약 그녀가 남자였거나 아시안이 아니었다면 결코 당할 수 없는 대우임엔 틀림없었죠.




3. 무심한 듯 빡빡한 일상



사실 그런 에피소드는 그녀가 월스트리트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갔을 때의 일이고요. 그보다 더 전 쪼랩이었을 때의 일들은 훨씬 더 가혹합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건, 그녀가 겪은 ‘일하는 방식’ 이예요. 요즘 오피스 빅뱅이니 조용한 퇴사니 일하는 방식이나 일하는 문화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인데요. 그래도 어쩐지 미국이라고 하면 상당히 합리적이고 나이스하게 일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못지않은, 거칠고 투박하고 꼰대스러운 면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그녀의 보스가 등 뒤에서 소리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고 있어서 계산이 좀 느려졌다는 말을 한 에피소드죠. 워낙에 큰돈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다들 뾰족하게 날이 서 있었나 봅니다. 우리의 뉴욕주민 또한 그런 현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미생처럼 하루하루 일하는 모습에 한편으로 제가 보이기도 해서 씁쓸하더라고요.


비슷한 에피소드가 또 있는데요. 헤지펀드에서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일할 땐 선배 애널리스트로부터 티커만 적힌 메일을 받는다고 합니다. 티커는 주식을 약자로 표현한 기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컨대, 미국 S&P 500 지수는 SPY로 표기하죠. 그런데 메일 본문 내용도 없고 알파벳 3~4만 달랑 적어 툭툭 보낸다는 게 좀 웃기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좀 무례할 행동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사실 비즈니스에서 메일은 중요하잖아요.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을 메일로 진행하니까요. 오해가 없도록 깔끔하게 메일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텍스트가 갖는 한계가 있으므로 맥락을 고려해 잘 써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짧게 쓰면 4가지 없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죠. 물론, 업계 특수성이라는 게 있겠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티커만 달랑 오면, 해당 주식의 수익률을 분석해 앞으로의 전망을 포함한 의견을 보내는 식이라고 하는데요. 한밤중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메일이 왔고 그걸 바로바로 회신하는 게 일이었다고 해요.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저녁식사도 못하고 자정이 넘어 피자를 사서 들어왔는데. 당연히 열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잠들어 다시 새벽에 나가기를 반복했던 날도 있었다고 해요.





4. 일상을 대하는 태도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월스트리트의 생활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과연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좋았던 건 뉴욕주민이 대하는 삶의 태도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었어요.


일을 대하는 진지함도 좋았고요.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일을 해야 하는데요. 과연 얼마나 이토록 진지하게 자신의 일을 바라본 적이 있을까요. 이건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고요. 자신의 업에 대해 프로로서 완성도를 높이고 완결하게 끝내기 위한 진지함 같아요.


사실 그런 단계까지 가지 못하기에 그토록 많은 불평과 변경을 늘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물론 무조건 열심히가 답은 아닌데요. 과연 한계까지 몰아쳐 본 적은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던져 준다는 게 바로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바로 이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