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In Good Time 캠페인 사례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 특히나 브랜드가 던지는 상업적 메시지는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 뇌는 판단한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광고를 마주하는 현대인에게 브랜드 메시지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소음일 뿐이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이야기 속에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 말이다.
2024년 발표된 「Stories, Statistics, and Memory」(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서는 통제 실험을 통해, 동일한 정보를 <숫자>로 전달할 때보다 <스토리> 형식으로 전달할 때 더 오래, 더 잘 기억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실험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숫자>만으로 전달한 정보는 하루 만에 73% 감소하는 반면, <스토리>로 전달할 정보는 32%만 감소했다. 전자는 27%의 내용만 기억한 반면, 후자는 68%를 기억해 낸 것이다. 무려 2.5배의 차이. 놀라운 결과다! 그러니까 같은 내용이라도 스토리 형식이 기억하기 훨씬 좋다는 말이다.
이는 스토리가 가진 질적 내용(Qualitative content)이 기억 단서(Memory cue)와의 유사성을 높여 성공적인 기억 회상(recall)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위 연구는 밝힌다. 쉽게 말하자면, 스토리에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나중에 그 내용을 떠올리려 할 때 '단서' 역할을 하는 연결 고리가 많다는 것. 그래서 더 잘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토리는 기억을 쉽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인간의 본능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들판을 달리며 사냥을 하던 시절부터 모닥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전달하고 기억해 왔다. 어디에 가면 오늘 점심 식사 거리를 구할 수 있는지, 또 어디로 가면 사자에게 잡혀먹을 위험이 있는지를 이야기로 교환했던 것이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들은 모두 사자의 저녁 식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기에 이야기는 우리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다.
우버가 바로 이 점을 정확히 노렸다. 도심을 장악했던 승차 공유 브랜드가 이제 외곽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There Are Drivers In Your Area'라는 우버의 새로운 캠페인은 단순히 늦은 밤 도시 생활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이 캠페인은 영화적 스토리텔링과 일상 속 중요한 순간들을 결합한다. 그리고 우버를 일상의 동반자로 포지셔닝한다. 그렇게 2분짜리 영화를 통해 우리의 평범하지만 때론 결정적인 순간들을 드라마틱하게 그려 낸다. 그야말로 In Good Time의 순간들이다.
차량이 도착하기 직전, 마지막 몇 분을 남기고 꽁냥꽁냥 대화를 이어가는 커플. "이야기 좀 더 할까"라는 제안에 우버고 뭐고 그들은 불같은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함께 여행하고 달달한 일상을 만든다. 하지만 여느 커플과 마찬가지로 다투고 헤어지고 후회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둘은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여자가 좋아하던 스페이스 가이의 복장을 한 남자. 지금 잠깐 시간 되냐는 말이 이어진다. 우버가 오고 있지만 역시나 상관없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순간마다 우버가 함께 라면 그걸로 족하다. 죽었던 연애세포도 불사조가 되어 눈앞에 나타날 것 만 같은 스토리에 순간에 우버가 함께한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이뿐만이 아니다. 우버는 우연히 만나는 커플, 반려견과 함께 여행할 때, 차가 고장 났을 때, 공항에 가야 할 때, 친구들과 외출할 때, 우버가 이동을 도울 수 있는 순간들을 다른 클립을 통해 보여준다. 우버가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고 함께하는 존재라는 점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것이다.
* 우버의 On Our Way 캠페인
- 삶의 중요한 순간, 당신이 있어야 할 그곳에 꼭 있을 수 있게. 우버가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C4w1TIRs3rU
https://www.youtube.com/watch?v=y7KENDxBFaU
https://www.youtube.com/watch?v=JszSnaa1YDM
https://www.youtube.com/watch?v=uc_2DQdrcb0
우버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커플의 첫 만남부터 시작되는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그 여정 속에서 우버는 조용히, 하지만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브랜드는 뒤로 물러나고, 사람들의 삶이 전면에 나선다. 그러면서도 브랜드는 더욱 강렬하게 각인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광고가 아니라 '이야기'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우버의 이번 캠페인은 믿을 수 있는 차량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외곽 지역에 살고 있는 고객들에게 알린다. 그리고 우버가 삶을 더 쉽게 만들어줄 수 있는 진짜 의미 있는 순간들에 집중하게 한다. 일상생활에 뗄 수 없이 엮여 있는 브랜드를 위한 거대하고 광범위한 스토리 중심 플랫폼. 그걸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거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기억한다. 이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스토리 속에 녹여보자. 단순히 "우리 제품이 좋습니다"라고 외치는 대신, 당신의 제품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는지 이야기하는 거다.
우버는 교외 진출이라는 비즈니스 목표를 2분짜리 러브스토리로 풀어냈다. 우리 서비스의 우월함이나 기능 소개가 아니라, 한 커플의 인생이 펼쳐지는 순간들로 말이다. 스토리를 통한 정보 전달은 단순한 사실 전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기억 유지율을 만든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 트릭이 아니다. 인간 뇌의 작동 방식이고, 우리가 수천 년간 정보를 전달해 온 방식이다.
당신의 브랜드 스토리는 무엇인가? 그 스토리 속에서 고객은 어떤 주인공이 되는지 상상해 보자. 우버의 'In Good Time'처럼, 당신의 브랜드도 누군가의 삶 속 결정적 순간들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광고는 잊어도, 이야기는 기억한다. 우리의 전략이 스토리를 향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 자료
- 「Stories, Statistics, and Memory」(2024) /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https://www.econtribute.de/RePEc/ajk/ajkdps/ECONtribute_208_202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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