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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상한호랑이 Jul 06. 2024

「어머니의 채소농사」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었다옹

한겨울에도 어머니의 손끝에서는

푸른 싹이 돋는다

반쪼가리 감자가 부엌 모퉁이에서

흙 묻은 손을 내밀고

겨울 햇볕 근처로 모인 미나리들이

창 밖으로 푸른 줄기를 흔든다

밭고랑에는 턱밑에 얼음이 박힌 흙더미뿐

살아 있는 것이라곤 없는데

어머니는 정성으로 모아둔 햇볕

목을 축일 물 몇 모금만으로

소한 대한에도 연둣빛 손바닥을 펼쳐드는

채소를 키우신다

살아 있는 것들은 반드시

살아 있음을 표시한다는 것을

어머니의 손에 닿는 것들은

이 겨울에도 푸르게 말한다




2024.7.6. 척박한 환경에서도 잎이 돋아나게 만드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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