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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 할 때를」 -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잊어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우리가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

네가 보고 있는 것은

나의 흰 구름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흰 구름


누군가 개구쟁이 화가가 있어

우리를 붓으로 말끔히 지운 뒤

엉뚱한 곳에 다시 말끔히 그려넣어 줄 수는

없는 일일까?


떠나야 할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잊어야 할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나를 내가 안다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2024.9.11. 바람 한 자락에 흩어져버리는 하이얀 도화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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