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것은」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단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단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라서 세상사」라도 들을

류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2025.8.5.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애상이여,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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