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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이방거리는

비오듯 안개가 나리는 속에

안개같은 비가 나리는 속에


이방거리는

콩기름 쪼리는 내음새 속에

섶누에 번디 삶는 내음새 속에


이방거리는

도끼날 벼르는 돌물레 소리 속에

되광대 켜는 되양금 소리 속에


손톱을 시펄하니 길우고 기나긴 창꽈쯔를 즐즐 끌고 싶었다

만두 꼬깔을 눌러쓰고 곰방대를 물고 가고 싶었다

이왕이면 향내 높은 취향리 돌배 움퍽움퍽 씹으며 머리채 츠렁츠렁 발굽을 차는 꾸냥과 가즈런히 쌍마차 몰아가고 싶었다




2025.9.2. 철저히도 낯선 그 땅을 거닐던 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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