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죽이기 게임
총알오징어, 앵치오징어, 한입오징어. 초코오징어...?
새로운 먹을거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모두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의 작은 오징어다.
치어와 성어의 이름 차이는 때때로 인식의 단절을 일으킨다. 명태와 같이 성장기 또는 가공 방식에 따라 이름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오징어의 경우는 다분히 악의적이다. 총알오징어, 앵치오징어, 한입오징어, 초코오징어라는 오징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이름의 오징어는 꼴뚜기처럼 작은 품종의 어류가 아니라 덜 자란 오징어일 뿐이다.
해양수산부는 어린 오징어 생산 및 유통 근절을 위해 금지체장을 규정하고 감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포털에서 총알오징어를 검색하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오징어 유통·판매업자들은 '살이 연하고 내장까지 먹을 수 있어 일반 오징어보다 더 맛있다'고 주장한다. 어디에도 새끼 오징어라는 말은 없다. 뿐만 아니라 금지체장인 15cm를 겨우 넘기는 작은 오징어도 '정상 제품'으로 만연하게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법적 금지체장이 오징어 수산자원 관리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어종의 50% 이상이 최초로 산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는 크기를 '50% 군 성숙 크기'라고 하는데, 살오징어의 50% 군 성숙 크기는 외투장 기준 20cm 이다. 해수부는 단계적으로 금지체장을 19cm까지 상향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어업현장의 반발이 심해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글 마은지
이 글은 지속가능한 미식 잡지〈SUSTAIN-EATS〉 3호에 수록된 글입니다. 종이잡지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