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2025년 9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IAA MOBILITY 2025가 끝이 났다.
대단하신 고든 바그너께서(Motor1.com의 기사 제목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Audi Concept C와 BMW iX3를 “Slam”했다고 한다.
그렇다. 비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뭐라고 비난을 했을까?
맨 처음에 나는 이 사건을 한국인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게시글로 접했었다.
설마 고든 바그너가 미치지 않고서야 진짜 게시글에 적힌 대로 말을 했을까 싶어서,
그리고 번역을 이상하게 한 게 아닌가 싶어서
당장 Top Gear와 인터뷰한 원문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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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바그너가 미친 게 맞는 것 같았다.
Audi Concept C의 인테리어를 보고는
“That interior of the Audi Concept C looks like it was designed in 1995. It is a little bit too known, and there is too little tech. I have always claimed that I am a big fan of hyper-analogue things, but you cannot ignore a screen. When you have a small screen, you automatically send the message ‘congratulations, you are sitting in a small car’.”
“I mean this is a concept car, and it's a niche car too, so even if they build it like this it doesn’t really matter. But for a mainstream solution, going back to all switches will not work."
“I believe that with large language models, we will see more voice operation. It is now working perfectly. I think that will be the future, but even so you want to have a visual reference on the screen, or you might want to watch a movie and stuff like that. So yeah, you need big screens.”
라고 말을 했다는데, MB의 디자인 수장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애초에 고든 바그너 당신이 hyper-analogue의 팬일 수가 없는 게, 하이퍼 스크린으로 EQ 시리즈의 인테리어를 박살 내놓은 게 당신 아닌가?
나는 하이퍼 스크린의 조형부터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한 사람으로서, 디스플레이의 R값도 너무 애매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컸다.
나는 자동차가 과도하게 전자기기화되는 것을 매우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평소에도 MB와 같은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일수록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개수를 줄여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해왔다. 비싸고 좋은 차일수록 자동차 그 자체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했었고, 올해 초에 제네시스에서 X Gran Equator Concept를 공개했을 때,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모른다. 동커볼케가 직접 내가 주장해왔던 것처럼, 운전자가 전방에만 집중하도록 아예 터치스크린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내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받는 기분이었음)
이야기가 잠깐 다른 길로 갔는데,
어쨌든 고든 바그너가 말한 것을 천천히 다시 보자면,
“That interior of the Audi Concept C looks like it was designed in 1995. It is a little bit too known, and there is too little tech.”
“Concept C의 인테리어는 1995년에 디자인된 것 같다. 너무 익숙한 느낌이고, 적용된 기술들이 부족하다.”라고 하는데, 애초에 Concept C는 과거 Audi의 모델들을 오마주한 디자인 컨셉이고, 그 모델들은 아우디가 ‘오토 유니온’일 시절 공개된 Type C(1936)와 2004년식 A6이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의 테마를 저 친구들에게서 가져온 이상, 인테리어에서도 일종의 ‘복고’ 테마를 유지했을 테고, 그것은 Shy Tech가 적용된 디자인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Concept C Interior
Concept C의 1995년의 디자인같이 보이는 것은, 그게 디자이너의 의도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교수님께서 요즘 수업 시간에 강조하시는 내용이 이와 관련되어 있다.
‘디자이너는 Context의 관점에서 상황/사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Top Gear와 나눈 고든 바그너의 인터뷰 내용은 철저히 그 철칙을 무시했다.
Concept C가 왜 그런 디자인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는지, Shy Tech를 왜 적용시켰는지, 등
고든 바그너는 Concpet C에 대한 일말의 조사도 없이 그냥 타사의 디자이너들이 피땀 흘려 일궈낸 노력의 산물을 비난한 것이다.
“But for a mainstream solution, going back to all switches will not work.”
폭스바겐이 최근 물리 버튼을 터치 스크린으로 대체하려다가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한 것을 모르고 한 소리인 것인가?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출시할 차량들에 더욱 많은 물리 버튼을 탑재하기로 약속한 사실을 모르고 한 소리인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고든 바그너는 진실로 한 브랜드의 CDO라는 위치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타 브랜드들의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신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것이 ‘디자이너’라면 해야 하는 일 아닌가?
“I think that will be the future, but even so you want to have a visual reference on the screen, or you might want to watch a movie and stuff like that. So yeah, you need big screens.”
고든 바그너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문장에서도 맥락을 무시하고 한 차량의 디자인을 평가했다.
Concept C의 외형을 보면 영락 없는 2도어 쿠페다.
Audi TT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모델이다. 혹은 R8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 상관 없다. Concept C가 2도어 쿠페의 모습을 한 컨셉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2도어 쿠페의 오너들은 차 안에서 큰 화면, 영화를 보거나 화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각적 요소 따위를 원하지 않는다.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 혹은 차량 자체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차량을 보고선,
큰 디스플레이가 없고, 그렇기에 적용된 기술들이 부족하다는 말을 뱉는 것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큰 디스플레이와 영화와 같은 시각적 컨텐츠들은 나 역시 쇼퍼 드리븐 차량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든 바그너가 평소 프리미엄 브랜드인 MB를 위해 일하고, 실제로 쇼퍼 드리븐 차량을 많이 디자인한다고 해서, 그 기준을 모든 차량에 대입시키는 것은 큰 오류라고 생각한다.
고든 바그너의 비판은 디자인의 맥락을 무시한 채 겉만 보고 던진 피상적 평가에 불과하다.
자신이 평가하는 차량이 무슨 성격을 가진 차인지부터 알고 비판했으면 좋겠다.
이번 인터뷰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MB가 IAA MOBILITY 2025에서 메인 이벤트로 공개한 차량이 GLC고, 그 대단하신 GLC의 그릴은 Mercedes Simplex(1902)의 그것에서 따온 디자인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장 MB의 최신 전기차가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온 디자인을 가졌으면서 비슷한 컨셉의 타사의 컨셉카를 놓고는 아무런 존중 없이 인터뷰했다는 게, 한 회사의 CDO가 할 언행인가 생각이 든다.
고든 바그너의 이번 인터뷰를 보고, EQ 시리즈의 하이퍼 스크린, 그리고 최신 MB 모델들의 인테리어를 보면 고든 바그너는 둘 중 하나다.
자신이 아날로그의 팬이라는 더러운 거짓말을 세상에 전파하고 다니는 사기꾼이거나,
혹은 윗선에 의해 과도한 디스플레이의 의무 장착을 압박 받는 희생자이거나.
만약 후자라면 당근을 흔들어 주길 바란다.
나는 이번 고든 바그너의 인터뷰에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매우 오만한 인터뷰였다고 생각한다.
글이 다소 깔끔하지 않지만, 이번 글 같은 경우 절제된 어투보다는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담는 것이 정직하다 생각되어 두서 없이 썼다.
이 점 양해 바란다.
긴 글 읽어주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