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어워드

통합본

by 김재명

어느덧 2026년이 시작된지도 2개월이 넘어섰고,


2025년 한 해 동안 공개/출시되었던 차량들을 돌아볼 때가 됐다 생각하여 글도 써볼 겸,


재미 삼아 김재명배 2026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한다.




김재명배 2026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어워드는 총 3개 부문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올해의 2도어


올해의 4도어


올해의 컨셉카






올해의 2도어 부문 :




후보는 다음과 같다. 순서는 알파벳 순이다.






1. De Tomaso P72

양산형이 2025년에 공개되어 후보에 포함시켰다. 볼륨이 숨 막힐 정도로 상당하다. 큰 볼륨 두 개가 만나는 도어는 경이로울 정도로 신기하다. 저렇게까지 과격한 볼륨이 들어갔는데 철판이 찢어지지 않는다는 게 기술인가 싶다...라는 말을 하려던 참이었으나,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다시 찾아보니 카본 바디 패널이라고 한다. Chat GPT(모 자동차 회사(어울리기 좋아하는...)의 박** 대표님께서 사랑하시는 유료 버전)도 저 정도의 과격한 볼륨을 만들기 위해선 알루미늄으로 핸드포밍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말이 잠깐 다른 길로 빠졌다. 결론은 P72의 흔히 볼 수 없는 과감한 볼륨이 적용된 디자인이 눈을 사로잡았다는 점과 필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수퍼카의 디자인과 근접한 차량이라는 이유로 후보로 선발했다.




여담이지만, 호라치오 파가니가 와이라의 사이드미러를 디자인할 때, 본인 부인의 눈 형태에서 따왔다고 한다.


여성의 실루엣과 관련한 디자인은 파가니 와이라의 예시 말고도 코카콜라 병이 있다.


코카콜라 병의 별명이 'Mae West bottle'이었는데(물론 특허청 문서에 따르면 코카콜라 병의 디자인은 코코아 콩의 형태에서 따온 것이다.), 대중들은 콜라병의 형태가 여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 흔히 인지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여성의 실루엣은 단순한 성적 대상이 아니라, 인류가 오랫동안 ‘아름답다’고 합의해온 자연스러운 조형 언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역시 조형물이기에, 그 언어를 차용하는 것은 결코 낯선 선택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가 P72의 디자인을 이상적인 수퍼카의 디자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P72의 디자인 컨셉이 여체는 아니지만, 아무 설명 없이 조형적 관점에서 이 차량을 바라봤을 때 받는 인상은 인간의 신체, 그중에서도 여성의 실루엣에서 연상되는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에 가까우며, 필자가 이 차량을 이상적인 수퍼카 디자인에 가깝다고 느끼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언젠가 내가 한국형 카로체리아를 설립한다면, 그 첫 차의 실루엣 역시 비슷한 조형 언어를 따라갈 듯 하다.





2. Ferrari Amalfi

아말피, 사실상 로마의 페이스리프트지만, 리파인한 디자인이 깔끔해서 기존 디자인보다 마음에 들었고, 특히 뒷펜더 볼륨이 도어까지 쭉 연결되는 저 삼각형의 큰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특이하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확 끌리는 볼륨이었다.


저 부위는 Subd로 모델링 할 때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혹자는 아말피의 프론트 마스크에서 토요타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프리우스 아니냐!). 어떤 점에서 그 말을 한 것인지 이해는 하지만, 푸로산게의 그것에서 더욱 다듬은 형태라고 이해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가 수업 과제로서 직접 Subd 모델을 만들며 고군분투한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차량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감정이 좀 많이 개입한 경우다. 정식 어워드에선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지만, 어떠한가? 내 맘대로 하는 나 혼자만의 어워드인데.


아말피를 과제로 제출하고 싶어 블루프린트를 미친 듯이 찾아본 기억과, 그렇게 겨우 찾아 구매한 5만원이 넘는 블루프린트가 실차의 비율과 어긋나 잘못된 블루프린트라는 것을 깨닫고 당황한 기억이 떠오른다.


좋은 페이스리프트의 예시임과 동시에 이 차량과 관련한 추억(?)이 많은 이유로 후보에 선정했다.





3. Ferrari 849 Testarossa

수많은 사람들은 플라비오 만조니를 비난한다. 어떤 미친 남자가 모두의 로망인 페라리 모델들에 절연 테이프를 붙인다는 이유다.


그러나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365 Daytona를 오마주한 12 Cilindri부터 고집스럽게도 계속되는 저 얇고 긴 블랙 하이글로시 부품이 새롭게 바뀌고 있는 페라리의 디자인에 대하여 정당성과 정통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Testarossa의 '치즈 커터' 에어 인테이크가 적용되지 않은 건 아쉽지만, 최근 페라리 모델에서 자주 보이는 수직으로 뚝 자른 저 펜더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든다.


512 S의 투 테일을 차용한 점이 이 차의 독특한 스타일링에 한 몫을 한다.


P72의 도어를 보고 놀랐던 이유와 정확히 반대의 이유로 849 Testarossa의 도어를 보고 놀랐다.


차량의 도어를 자세히 보면, 날카로운 엣지를 기점으로 확 꺾여 들어가는 형태인데, 저 도어가 철판을 두장으로 나누어 만든 것이 아닌, 한 장으로 해결했다는 점이 존경할 만하다. 실제로 페라리는 저 형태의 도어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품질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집요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 차량이기에 후보에 선정했다.





4. Porsche 992.2 Turbo S

자동차 디자인계의 교과서, 911이다.


992.1 Turbo S의 다소 난해한(정리되지 않은) 디자인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필자는 911의 새로운 모델이 공개될 때마다 '진보', '혁신'과 같은 종류의 키워드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얼마나 '클래식한 세련됨'을 잘 나타냈는지를 집중해서 본다.


그 기준을 적용했을 때, 992.2 Turbo S는 잘 다듬은 911 디자인의 정석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앞 뒤 범퍼에 공통된 테마를 가져간 것도 좋아하는 디자인의 종류 중 하나라 높은 점수를 주었다.


충격적으로 미학적인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난 곳이 있는 디자인도 아니라 후보에 선정했다.





5. Renault 5 Turbo 3E

과거의 명차를 부활시킨다면, 5 Turbo 3E와 같은 디자인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앞서 992.2 Turbo S 디자인을 설명할 때도 '클래식한 세련됨'을 언급했는데, 1980년의 R5 Turbo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조금씩 다듬어 21세기 최신 고성능 전기차로 탄생시켰다는 게 경이로울 정도다. 과거의 차량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여 신차를 만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들이 월급 루팡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오히려 내공이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모여야 제대로 된 레트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퍼런스로 삼은 모델의 디자인에 대한 아주 깊은 이해도가 있어야만 세련된 자동차가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5 Turbo 3E는 완벽에 가까운 레트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렇기에 후보에 선정했다.





후보 5개 차량 중, 과거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디자인을 가진 차량이 4개나 된다는 것(P72, 849 Testarossa, 992.2 Turbo S, 5 Turbo 3E)은, 그렇다.


필자는 브랜드가 가진 디자인 아이덴티티 혹은 아이코닉한 모델의 디자인을 사용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최근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선보이는 수많은 차량들을 볼 때면 만족감을 느낀다.


이 복고 유행이 언제까지 갈지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한 건 이 유행이 끝나기 전까지 필자는 행복한 상태일 것이다.













김재명배 2026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2도어 부문,




Ferrari 849 Testarossa

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른 후보 차량들은 과거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갖고 온 반면, 849 Testarossa는 유산에 대해 변형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저 까다로운 형상의 도어를 철판 한장으로 만들었다는 점 또한 큰 점수를 주었으며, 블랙 스크린을 사용한 디자인이 새로운 페라리의 디자인의 방향성으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SF90 대비 기교를 부린 요소가 줄어들어 아쉬울 수는 있으나, 그만큼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아래는 필자의 취향대로 구성한 849 Testarossa다.

축하합니다, Ferrari!















올해의 4도어 부문 :




후보는 다음과 같다. 순서는 알파벳 순이다.






1. Karma Gyesera

Gyesera의 디자인은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된다. Karma Automotive가 Fisker였던 시절, Karma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4도어 세단은 Revero, GS-6(, GSe-6)라는 이름을 거쳐 2024년 'Gyesera'라고 하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사실상 3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17년된 디자인인데, 큰 틀을 바꾸지 않고도 올드하다는 느낌이 없기에 후보로 선정했다. 현재 판매되는 4도어 전기 스포츠 세단 중에서는 가장 프로파일이 예쁜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미국차도 감성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예시다. 2024년 공개되었던 프로토타입 대비 2025년에 공개된 양산형은 펜더에서 로커 패널로 연결되는 저 부품(Karma의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 Backslash라는 이름이 붙었다.)이 붙었어야 했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있긴 하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군더더기 없이 마음에 든다. 사람으로 친다면 미남 미녀는 아니지만 훈남 훈녀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미남 미녀보다 훈남 훈녀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듯이, 분명 이 차가 취향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2. Mazda EZ-60

앞으로 Mazda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주는 차량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무슨 마라로제두바이쫀득말차봄동비빔밥같은 자동차냐고 하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유행하는 요소는 다 들어간 디자인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슬릭한 덩어리, 분리형 헤드램프, 그릴 라이트, 일루미네이티드 로고까지.


그러나 EZ-60의 디자인은 그 단점이 곧 강점이 된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마쯔다는 유행하는 음식을 죄다 섞었고, 괴식이 아닌 섹시푸드를 만들어버렸다. 한 눈에 봤을 때 잘생김이 느껴지는 디자인이기에 후보로 선정했다.


필자는 컨셉카가 있었던 양산 차량에 대해서는 컨셉카의 디자인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했는가를 보기도 한다. EZ-60 같은 경우, Arata Concept가 있었는데, 높은 재현도 및 디자인 요소 간의 비율 수정을 통해 Arata Concept 대비 더 높은 퀄리티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3. Renault Clio

새로운 Renault의 얼굴을 달고 인사를 한다. Clio부터 시작해서 Filante까지 이어지는 패밀리룩은, 2024년 공개된 Emblème의 디자인에서 발전된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로장주를 형상화한 듯한 DRL을 필두로 풍선처럼 부풀려 놓은 앞 뒤 펜더에 램프를 박아넣은 듯한 조형은 가히 매력적이다.


Clio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아 실물로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유사한 조형을 사용한 Filante를 실물로 보고, 만져봤을 때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6세대의 Clio는 고퀄리티의 디자인을 가진 미녀 자동차다. 만약 Clio가 한국에 정식 출시를 했다면, 필자는 1밀리초의 고민도 없이 20개월의 군생활을 마친 후, 제대한 날 곧바로 Renault 전시장으로 달려가 계약을 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Clio의 고성능 버전(4세대의 R.S.와 같은)이 출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글을 써내려가는 이 순간에도 고성능 Clio를 상상하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약간 짝사랑하는 여자를 떠올리는 기분이랄까.





4. Renault Twingo

Quatre Nouvelles Couleurs, Adieu Saison Monotone!


1993년 처음 출시된 Twingo는 웃는 듯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2025년 Renault의 디자이너들은 30년만에 이 귀여운 디자인을 살리기로 했고, 그렇게 4세대 Twingo가 공개되었다. 5 Turbo 3E를 2도어 부문 후보로 선정했을 때도 말했지만, 레퍼런스로 삼은 모델의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진 디자이너들이 모여야 제대로 된 레트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Renault의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과거 모델들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진 듯 하다. 5를 부활시켰을 때도, 4를 부활시켰을 때도 Renault 디자이너들의 내공에 놀랐고, 이번 Twingo를 보며 또 놀랐다. 완벽한 레트로 디자인의 정석을 보여주면서도 Twingo E-Tech Concept의 디자인에 충실하며 양산에 성공한 이 차를, 후보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더욱 감동한 점은 Twingo가 처음 출시한 당시,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색상만을 제공했는데, 이번 4세대 Twingo도 빨강, 노랑, 초록, 검정, 4개의 색상만 제공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이는 형태 뿐만이 아닌 컨셉과 시스템을 다시 가져온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5. Volvo XC70

완성형 Volvo의 디자인이란, XC70의 디자인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흔히 '토르의 망치'로 표현하는 Volvo 특유의 램프 디자인은 EX90의 그것처럼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졌다거나, 자랑할 만한 기술 혹은 특이한 디자인을 가진 건 아니다. 하지만 과하지 않게, 꾸밈 없이 단정하게 Volvo의 특징을 담아냈고, 차량 전체를 봐도 과한 구석이 하나 없다. 스칸디나비안 럭셔리의 정석이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고, 후보로 선정하였다. 최근 Volvo 모델들의 디자인이 살짝 과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제대로 정돈된 Volvo 패밀리룩을 가져왔다. EX90, ES90의 윈드쉴드 바로 위에 붙은 택시 갓등같이 생긴 LiDAR가 없어서 더욱 깔끔해 보이는 점은 추가 점수 요인이었다. 필자가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다는 가정 하에, 패밀리카로 고민을 했을 법한 차량이다. 토마스 잉엔라트가 9년 만에 Volvo로 복귀했는데, 잉엔라트의 손길이 닿을 XC70의 페이스리프트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재명배 2026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4도어 부문,




Renault Twingo

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개인적인 디자인 취향은 Clio에 가깝지만, 1993년의 유산을 현대화하여 새로운 Twingo를 선보였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형태만이 아닌, 전체적인 컨셉 및 시스템을 부활시킨 점이 선정 이유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아울러 1세대 Twingo의 웃는 듯한, '친근한 개구리 얼굴' 컨셉을 진보된 LED 기술 및 금형 기술로써 발전시켰다는 점 역시 큰 점수를 주었다. Renault의 디자이너들은 과거의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어떤 요소를 배제해야하는지, 리파인해야 하는지, 디벨롭해야 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제대로 된 레트로 디자인이란, 보고만 있어도 감탄을 자아낸다.




아래는 필자의 취향대로 구성한 Twingo다.

축하합니다, Renault!















올해의 컨셉카 부문 :




후보는 다음과 같다. 순서는 알파벳 순이다.






1. Audi Concept C

나훈아가 말하길 "진정한 슈퍼스타는 까와 빠를 둘 다 미치게 만든다"랬다. 그렇다면 Concept C는 슈퍼스타가 아닐까 싶다.


마시모 프라셀라는 이 컨셉카를 발표하고 내 마음속 Top 3 디자이너 순위에 들게 되었다. 물론 Jaguar의 Type 00(초기 스케치를 마시모 프라셀라가 했다는 말이 있다.) 사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지만, 그의 조형 언어가 Audi에 들어와선 썩 괜찮아 보인다. Audi 특유의 정돈된 면과 볼륨을 마시모 프라셀라의 스타일대로 잘 풀어냈다. 이 차량 역시 필자가 좋아하는 레트로 디자인이 적용되었는데, Renault의 예시와는 달리 과거의 디자인 요소를 느낌만 남긴 채, 싹 갈아엎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Audi의 디자인은 많은 호불호(아무래도 불호인 사람들이 더 많은 듯 하다.)를 낳았다. Volvo Trucks의 익스테리어 총괄 디자이너 버크 케스킨은 Concept C 사진에다가 낙서를 하여 히틀러 얼굴처럼 보이게 한 조롱 섞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린 적도 있다.


필자도 Concept C가 공개되고 첫 3일 간은 마시모 프라셀라가 너무 미웠다. Type 00로 Jaguar라는 브랜드를 망친 후, Audi도 망치려는 생각인지, 너무 두려웠다. 그러나 3일이 지난 후부터는(진짜로 과장 없이 3일 동안 이 차량의 사진을 쳐다보며, 그림도 그려보며 지냈다. 어떤 의도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왜 이 차량이 이런 디자인을 가진지 이해가 되었고, 이 차를 사랑하게 되었다.


'Auto Union Type C와 Audi A6의 디자인을 현대화하시오.'라는 문제가 시험에 출제된다면, 이 디자인은 만점에 가까운 디자인이라고 감히 평하겠다. 미니멀한 서페이스 위로 강하게 잡힌 숄더라인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며, Auto Union의 Type C에서 영감을 받았을 티타늄 컬러는 차가움 사이 따뜻함을 제공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레트로 컨셉을 유지한 채, '샤이 테크'를 적용시켜 최소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만 튀어나오는 디스플레이란,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디스플레이의 형태다. 고든 바그너는 인터뷰를 통해 비판했던 요소지만, 필자가 작년 IAA MOBILITY 2025가 끝난 직후 작성한 글에도 언급했듯이 큰 디스플레이가 Concept C와 같은 쿠페에는 전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차량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한 Concept C기에 후보로 선정했다.





2. Daihatsu K-OPEN

K-OPEN을 처음 본 날, 필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렇게 말했다.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합니다!"


물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섣부른 판단이긴 했다. 그러나 그런 섣부른 판단을 할 정도로 필자의 취향을 저격한 귀여운 차량이다. 기존 Copen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잘 다듬은 이 차량은 Porsche 911, Volkswagen Beetle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가졌다. 헤이세이 ABC(Mazda AZ-1, Honda BEAT, Suzuki CAPPUCCINO)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비교적 최근 Honda의 S660도 단종이 되며 일본 경형 스포츠카의 계보는 끊겼고, 후속 관련 컨셉카 또한 부재였다. Daihatsu 역시 Copen의 단종을 계획 중에 있지만, K-OPEN이라는 컨셉카를 선보이며 경형 스포츠카를 계속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점에서 칭찬을 하고 싶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공조장치 조작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곤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점이 필자의 마음을 이끌었다. 사라져가는 장르의 차량에 대한 굳건한 의지 및 열정, 이 차량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각하여 후보로 선정했다. 도날드 트럼프가 작년 말 '미국 내 소형차(아시아 순방 중 경차들을 보곤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생산 및 판매를 승인했다.'라고 발표한 점 역시, K-OPEN이 단순히 컨셉카가 아닌 양산차로서 우리 곁에 올 수 있다는 신호 아닐까? 앞으로 기대를 해봐도 괜찮을 듯 하다.





3. Genesis X Gran Equator Concept

루크 동커볼케에게 크나큰 감동을 받았던 컨셉카다. 필자는 평소 Genesis는 기존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로망을 타겟으로 해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X Gran Equator Concept이 정확하게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차량이다. 당장 떠오르는(기억에 남는) 럭셔리 오프로더 컨셉카는 Mercedes-Benz와 버질 아블로가 협업했던 Project MAYBACH 정도가 있는데, Genesis가 세계 여러 프리미엄 및 럭셔리 브랜드에서 시도하지 않은 럭셔리 오프로더 컨셉을 공개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차량의 매력과 디자이너의 가치관은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엿볼 수 있다. Genesis의 디자이너들은 운전자가 전방 시야 및 운전에만 집중하길 바라며 장식의 의도적 배제, 터치 디스플레이 삭제를 단행했다. 필자는 이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고, 루크 동커볼케에게 감동을 받은 지점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럭셔리 브랜드의 차량일수록 화면 속 다채로운 컨텐츠보다는, 승객이 차량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개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주장해왔던 필자로서는, Genesis 총괄 디자이너의 생각과 필자의 생각이 겹친 지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했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큰 감동을 느낀 것에 대비하여, 익스테리어 디자인에서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기존 X 컨셉들에서 보여줬던 두 줄 램프와는 결이 다른, 말 그대로 두 줄의 직선 램프였기 때문이 컸는데, X Gran Equator Concept가 공개된 직후, 인터넷의 여론은 'Genesis 답지 않다'였다. 크레스트 그릴을 형상화하여 두 줄의 램프 중 아랫줄 램프에 넣었던 삼각형 포인트가 없으니 Rivian의 차량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필자 역시 그 주장에 동감한다. Genesis = 두 줄 램프라는 공식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Genesis의 컨셉카라는 것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차량의 프로파일, 양감 및 실루엣은 퀄리티가 준수했고, Genesis다움이 부족할 뿐, '못생긴' 디자인은 아니기에, 차량의 컨셉과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보여줬던 디자이너들의 가치관에 높은 점수를 주어 후보로 선정했다.







4. Lexus LS Concept

Lexus는 2025년 자사의 플래그쉽 모델, LS의 이름에 관하여 재정의를 내렸다. 1989년 Lexus를 처음 런칭하며 출시한 LS는 Luxury Sedan이라는 뜻을 가진 차명의 자동차였다. 그리고 36년이 지나, Luxury Space라는 뜻으로 새롭게 태어난 LS Concept는 우리에게 럭셔리카가 왜 세단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생각해보면 세단이 아닌 미니밴 형태의 차량이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니, 오히려 더 알맞은 형태일 수도 있었다. Lexus는 이미 LM이라는 차량을 통해 럭셔리 미니밴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한국 또한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을 가보면 과거와는 달리 검은색 Carnival들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국회의원이 이동하며 업무를 처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훨씬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미니밴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까지 '럭셔리카'라는 단어를 보면 F 세그먼트 세단을 떠올렸을까? 쉽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럭셔리카는 F세그먼트 세단이 가장 흔했기 때문일 것이다. LS Concept는 이제 그만 고정관념을 깨라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4바퀴가 아닌 6바퀴로 설정한 것 역시 큰 바퀴 하나가 아닌, 작은 바퀴 둘로 나누면, 휠하우스의 높이가 낮아지고, 그만큼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LS Concept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정관념의 위험성, 익숙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할 여지를 주었다.


아키오 회장이 Lexus 디자이너들에게 스핀들 그릴에 갇혀 있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2025년 선보인 Lexus의 컨셉카들은 과거 Kia가 타이거 노즈를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로 승화시킨 느낌과 비슷하게 스핀들 그릴을 변주한 디자인이 많았다. LS Concept의 디자인은 아키오 회장의 주문 아래 변화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살짝은 억지스러운 마스크를 갖게 되었다. 스핀들 그릴의 형태를 램프로써 대체하는 것은 1차원적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LS Concept는 양산 직전 선보인 쇼카의 개념이 아닌, 일종의 디자인 스터디라고 본다면, 아쉬움은 사라진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LS Concept, 후보로 선정했다.





5. Mercedes-Benz Vision V

Lexus의 럭셔리 밴을 봤고, 이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준이라 볼 수 있는 Mercedes-Benz의 럭셔리 밴을 살펴 볼 차례다.


LS Concept가 럭셔리 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면 Vision V는 오늘날 럭셔리 밴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정립할 밴을 선보인 것이다. VLE라는 이름을 달고 현재 양산을 준비 중인 이 차량은 Mercedes-Benz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럭셔리 밴은 이런 형태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럭셔리 밴의 디자인은 익스테리어에 집중하기 보다는 UX 측면에서 봐야할 것이다.


Mercedes-Benz에서 공개한 공식 영상을 보면, 차량 안에 체스 말이 구비가 되어있고,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Forza Horizon 5 플레이 장면이 나온다. 고든 바그너가 계속 주장해온 '큰 화면'은 럭셔리 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Vision V는 자동차를 단지 이동수단이 아닌 이동하는 '나만의 방'으로 해석한 결과인 듯하다. 모빌리티로서의 성격이 보이는 차량이다. 필자 또한 운전의 즐거움을 목표로 하는 차량들을 제외하고는 모빌리티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Vision V는 너무 컨셉츄얼하지 않은, 그렇다고 기존의 자동차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그 사이 어딘가의 적절한 위치를 찾아냈다. 사용자가 차량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즐길 거리가 많아 지고, 그 모든 행위를 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을 법한 인테리어 구조는 이 차량이 왜 '럭셔리' 밴인지 알려준다. 승객이 최우선 요소로 설정된 이 차량은 UX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그렇다고 익스테리어 디자인에서 할 얘기가 없는가? 그것은 또 아니다. W214 E-Class에서도 보였던 과거 4등식 헤드램프를 오마주한 올록볼록한 램프와 Mercedes-Benz 로고를 형상화한 DRL은 는 이 차량이 멀리서 봐도 무슨 브랜드의 차량인지 알 수 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E-Class에서 본 헤드램프는 램프의 올록볼록한 라인의 R값이 매우 애매하게 보여서 '예쁘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었으나, Vision V의 램프는 R값이 과감하게 들어가 훨씬 자신 있어보여서 좋다. 푸른 빛의 창문들은 이 차량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좋은 럭셔리 밴의 기준점이라고 생각해서 후보로 선정했다.







이번 컨셉카 부문 글과 관련하여, 글을 작성하는 마지막까지 순간까지 후보를 바꿨다. 아쉽게도 후보에 들지 못한 차량들은 Cadillac Elevated Velocity Concept, Ferrari F76 Concept, Genesis Magma GT Concept, Hyundai Concept THREE, Lexus LFA Concept, Mercedes-Benz Vision Iconic, 등이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재밌는 컨셉카들이 많이 공개된 탓이다. 필자에겐 행복한 해였다. 2026년에도 필자를 놀라게 할 컨셉카들이 많이 공개되기를 바란다.


이번 어워드 글을 작성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짧은 식견을 드러내버린 것이 아닌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필자가 느낀 점을 그대로 적는 것이 진실성 있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라 믿기에,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깔고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김재명배 2026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컨셉카 부문,




Audi Concept C

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 순간까지 LS Concept와 고민했지만, Concept C를 위해 필자가 마시모 프라셀라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늦은 새벽까지 기숙사 책상에서 조명을 켜고 고민했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듯 떠올라 마음이 기울었다. 이번 글을 작성하며 다시 Concept C와 마시모 프라셀라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또다시 마시모 프라셀라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Radical simplicity is at the heart of our approach. We achieve clarity by reducing everything to the essential. We live in a world that is often shrill, fast-paced, and overloaded. Almost everything is overdone. The danger of losing your way is greater than ever. Our responsibility is to be better and do what really matters. And the outcome always has to be an emotion."


앞으로의 아우디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을 설명하는 인터뷰일 뿐이지만, 이 문장들이 필자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길을 잃을 위험이 어느 때보다도 큰 오늘날, 거의 모든 것이 과장된 이 사회에서, 단순하고 근본적인 디자인을 가진 차량들이 지나가는 행인의 눈을 잠시 쉴 수 있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자동차 디자인 뿐만이 아닌 주변 사물과 환경에서 과장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단순화하여 근본을 추구한다면, 모두가 더 여유로운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축하합니다, Audi!